- 교통비 지원 넘어 존중의 메시지 담아
[이코노미세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예우하는 일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무다. 하지만 일상 속 교통 이용에서는 그 책무가 온전히 구현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구리시가 최근 발표한 ‘국가유공자 마을버스 무료 승차 사업’은 그동안 방치돼 온 교통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구리시는 1월 27일 관내 4개 마을버스 운수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월 1일부터 상이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마을버스 무료 이용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시내버스 중심의 교통비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다.
그동안 국가보훈부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협약에 따라 시내버스, 광역버스 등은 무료 이용이 가능했지만, 마을버스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이로 인해 국가유공자가 시내버스에서 마을버스로 환승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담하거나, 아예 마을버스만 이용할 때는 무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편이 반복돼 왔다.
특히 고령의 국가유공자일수록 마을버스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제도적 공백은 생활의 불편을 넘어 이동권 침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구리시가 시행 중인 어르신 교통비 지원사업을 이용할 경우, 일부 국가유공자의 ‘보훈 TOP 카드’가 일시 정지돼 시내버스 무료 승차 혜택까지 제한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는 서로 다른 복지 정책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운영되면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국가유공자들은 “혜택을 하나 받으면 다른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정책 취지와 달리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받아 왔다.
구리시는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마을버스 무료 승차 제도를 독립적으로 설계하고 시가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관내 4개 마을버스 운송 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해, 국가유공자 무료 이용에 따른 손실분을 시가 보전하기로 한 것이다.
이어 이번 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이용 절차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국가유공자는 별도의 신규 탑승권이나 교통카드를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탑승 시 국가유공자증, 상이군경회원증, 5·18 민주유공자 증서, 보훈 TOP 카드 등을 제시하면 즉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복지 정책에서 종종 문제로 지적되는 ‘복잡한 절차’와 ‘서류 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고려한 설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고령자 비중이 높은 국가유공자 특성을 감안하면, 간소화된 이용 방식은 정책 체감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대상은 전상군경, 공상군경, 4·19혁명 부상자 등 현재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는 약 500명의 국가유공자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이번 제도 시행으로 국가유공자들이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구분 없이 동일한 교통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교통비 지원을 넘어,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존중의 메시지를 담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마을버스 무료 승차에 따른 시 재정 부담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또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현재는 관내 4개 운수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운영되지만, 이용자 증가나 교통 환경 변화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상이 국가유공자 외 다른 보훈 대상자로의 확대 여부도 중장기 검토 과제로 꼽힌다. 보훈 정책의 형평성과 재정 여력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구리시의 정책은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의 질과 사회 참여를 결정짓는 기본 인프라다. 국가유공자에게 마을버스 무료 이용을 보장한 이번 결정은 ‘혜택’이 아니라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리시가 이번 정책을 계기로 교통복지와 보훈정책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또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가유공자 예우가 선언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활 속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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