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구리시가 다시 한번 정부 문을 두드렸다. 10월 15일 백경현 구리시장은 세종청사 집무실에서 강희업 국토교통부 2차관을 만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갈매역 추가 정차’를 공식 요청했다.
구리시는 이미 GTX-B 건설사업비 약 400억 원을 시비로 부담하기로 했음에도, 정작 정차역이 배정되지 않은 현실을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백 시장은 “구리시민이 막대한 예산을 부담하고도 열차를 탈 수 없는 것은 시민 교통권 침해”라며 “GTX-B의 갈매역 추가 정차는 구리시의 교통난을 해소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면담 자리에서 강희업 국토부 2차관은 “갈매 권역의 교통 현실에 깊이 공감한다”며 “현재 국가철도공단에서 진행 중인 타당성 검증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정차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올해 2월 착수한 ‘GTX-B 갈매역 추가 정차 타당성 검증 용역’을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으로, 12월 결과가 공개되면 향후 정차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2년 10월 갈매지구를 ‘교통대책 집중 관리 지구’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갈매 지역의 교통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명확히 언급하며 “중장기적으로 GTX 정차역 설치를 포함한 철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구리시의 절박함은 교통현실에서 비롯된다. 현재 국도 47호선(경춘북로)는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정체로 도로교통 서비스 수준이 ‘E등급’에 머물고 있다. 갈매역세권 개발과 왕숙지구 입주가 본격화되는 2028년 이후엔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구리시의 판단이다.
특히 왕숙지구에는 약 5만여 명이 입주할 예정이며, 갈매역세권 개발까지 완료되면 인근 상·하행 교통 수요는 폭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GTX-B가 정차하지 않는다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통근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이에 따라 구리시는 ‘GTX-B 갈매역 정차’가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닌, 지역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과거 GTX-B 노선 환경영향평가서 주민 의견 수렴 당시 “원인자 부담으로 추가 정차를 협의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비용 부담 조건부 정차’ 원칙이다.
이 때문에 구리시는 자체적으로 사업비 분담안을 마련하고, 시의회와 협의를 통해 GTX-B 건설비 중 약 400억 원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차역이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약속의 불이행”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도시교통전문가 이재훈 교수(한양대 도시교통연구소)는 “지자체가 부담을 수용한 상황에서 정차를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특히 갈매·왕숙 생활권은 수도권 동북부 교통망의 핵심 축으로, 정차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구리시민들도 갈매역 추가 정차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시민단체 ‘구리GTX추진연합회’는 지난 9월부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여 2만 명이 넘는 서명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한 시민은 “400억을 내면서 정차도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GTX는 단순한 철도가 아니라 구리의 미래”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GTX-B의 갈매역 정차가 서울과의 생활권 통합, 부동산 안정화, 산업유입 촉진 등 다각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리시는 향후 국토부 용역 결과에 따라 시민단체, 시의회, 지역 국회의원 등과 협력해 정차 확정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수도권 교통 정의(transport justice)”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본다. GTX 노선이 서울 중심부를 관통하며 수도권 접근성을 높이는 반면, 정작 수도권 외곽 지역은 소외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철도공단의 타당성 검증 용역 결과는 오는 12월 발표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GTX-B 갈매역 추가 정차 여부가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구리시는 이 시점을 “시민 교통권 회복의 분수령”으로 보고, 향후 국토부와의 실무협의·추가자료 제출 등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백경현 시장은 “GTX-B 갈매역 정차는 구리의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GTX-B 갈매역 추가 정차는 단순한 ‘역사(驛舍)’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수도권 균형발전, 지역 시민의 교통권, 그리고 공공투자 형평성이라는 세 가지 축이 맞물린 복합적 과제다. 12월 용역 결과가 구리시민의 숙원 해결의 첫 단추가 될지, 혹은 또 한 번의 좌절로 남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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