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역량 강화형 특수교육’ 전국 확산 기대
[이코노미세계] 여기는 미용실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자존감이 자라는 곳이다. 경기 화성에 있는 화성나래학교 1층. 외부에는 ‘미용실’이라 적혀 있지만, 학교 구성원 사이에선 ‘비밀 아지트’로 불린다.
이곳에 모인 학부모는 스스로를 ‘학부모 어벤져스’라고 칭한다.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장애 특성과 감각 예민함 때문에 일반 미용실 입장을 어려워하는 자녀들을 위해 직접 헤어커트를 익히고, 미용 기술을 배워 아이의 삶을 돕는 보호자이자 실천가다.
이 이야기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6일 페이스북에 소개하며 화제가 됐다. 임 교육감은 이렇게 표현했다. “학부모님들은 우리 학생 한 명 한 명의 히어로이며, 함께할 때 진짜 어벤져스가 된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 상당수는 감각 조절의 어려움, 불안, 소음에 대한 예민함 등으로 인해 미용실 방문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머리를 자르는 낯선 환경, 갑작스러운 가위 소리, 생소한 사람과의 접촉은 공격성·불안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화성나래학교 학부모들은 학교와 협력해 실무 중심 미용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고, 스스로 참여하며 하나의 팀으로 성장했다. 미용실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기술 연습 장소가 아니다. 역할, 기능, 아이 적응 공간, 소음·도구·터치에 익숙해지는 감각 연습, 부모 실습 공간, 가정형 커트·감각 위생교육·돌봄 기술습득, 정서적 지지 커뮤니티, 양육 부담 공유, 감정 지원, 노하우 교류라고 부모들은 말한다.
한 학부모는 처음엔 아이가 가위를 보는 순간 통곡해 눈길조차 주지 않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반복된 적응 훈련 후 아이는 의자에 스스로 앉아 10분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가 정리된 아이의 표정은 달랐다. 잘 단장된 외모는 장애 아이에게도 자존감이었다.” 이는 단순 미용이 아니라 자기 돌봄(Self-care), 사회 적응력으로 이어지는 변화로 평가된다.
특수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전환적 돌봄 모델로 본다. 서울대 특수교육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특수교육에서 학부모는 수동적 보호자가 아니라 실천적 교육 파트너 △아이의 감각·행동 패턴을 가장 잘 아는 존재는 전문가가 아니라 부모 △부모가 참여할수록 정서 안정감, 돌봄 지속성, 교육 효과가 높아진다. 즉, 교육의 중심을 ‘학교에서 가정·지역’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보다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이 사례를 공개적으로 소개한 것은 단순 미담 공유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정책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부모 교육 참여형 특수교육 지원 강화 △학교 기반 돌봄기술 실습공간 조성 △지역사회 돌봄 전문가와 부모 연계 시스템 구축 등이다. 현재 전국 특수학교 182곳 중 학부모 실습형 돌봄 체계를 가진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보다 제도적 인식 부족이다.
화성나래학교 학부모 어벤져스 사례는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장애 아동 돌봄의 주체는 누구인가. 전문가인가? 시설인가? 학교인가? 그 답은 의외로 가까웠다. 자녀를 이해하고, 기다리고, 포기하지 않는 부모다.
작은 미용실에서 시작된 변화는 이제 특수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확산되고 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그들은 히어로가 아니었다. 다만 누구보다 용감한 부모였을 뿐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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