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회 의원연구단체인 'DMZ생태평화관광 연구회'가 DMZ와 그 배후지의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 수립을 위한 새로운 접근에 나섰다. 단순한 관광 활성화를 넘어, 생태 보전과 지역 주도의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다층적 목표를 담은 이번 연구는 경기도 북부 접경지역의 향후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월 30일, 대진대학교 대학원 회의실에서는 ‘커먼즈 관점에서 본 DMZ와 배후지의 지속가능한 협력 거버넌스 모델 개발 연구’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회는 의원, 학계, 연구진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DMZ의 복합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자리였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커먼즈(Commons)’라는 개념을 본격 도입했다는 점이다. 커먼즈란 공동체가 함께 소유하고 이용하며 관리하는 자원을 뜻하는 것으로, DMZ를 국가 주도의 ‘통제된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가꾸는 ‘공동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오준환 DMZ생태평화관광 연구회 회장(경기도의회 의원)은 “막연한 접근이 아닌, 현실적 여건을 반영한 실질적인 결과물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연구의 전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과거 중앙정부 중심의 DMZ 개발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데 따른 반성적 성찰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DMZ 관광은 규제와 제약으로 인해 지자체 차원의 계획이나 실행이 미흡했고, 주민 참여 역시 제한적이었다.
경기 북부는 포천, 연천, 파주, 고양 등 다수 지자체가 DMZ 접경에 걸쳐 있으나, 그동안 지역 간 연계는 미흡했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각 지역에 흩어진 관광 자원과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협력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천의 임진강 생태관광, 파주의 안보 체험, 고양의 생태문화자원 등을 통합적 맥락에서 재조직하면, 단순히 ‘각자도생’의 관광이 아니라 하나의 ‘DMZ 통합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회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와 민간 영역, 주민 커뮤니티가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가 핵심적이다.
김옥순 연구회 의원은 “DMZ 배후지들이 독립적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기보다, 상호 의존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공동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그간의 관광개발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주도’라는 키워드다. 기존에는 중앙정부나 외부 전문가가 주도하는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연구회 소속 의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또한, 경기도의회 내 37명의 의원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연구단체답게, 다양한 시각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최우수 연구단체’로 선정된 DMZ생태평화관광 연구회는 지난 3년간 생태, 평화, 관광, 안보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은 단순한 연구 보고서가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행력 있는 대안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DMZ 접경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일상과 삶의 터전이 정책으로 인해 변화를 겪게 되는 만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들의 참여와 합의는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는 설문조사, 인터뷰, 지역 간담회 등을 통해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DMZ’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긴장과 갈등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보전, 평화 관광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DMZ는 이제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요구받고 있다. 더 이상 군사적 경계만이 아닌, 생태와 평화, 공동체의 터전으로서 DMZ를 바라봐야 할 때다.
이번 연구는 그런 전환의 출발점이다. 지역이 주도하고, 주민이 참여하며,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DMZ를 위한 첫 번째 설계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커먼즈라는 ‘함께 소유하고 함께 관리하는’ 철학이 있다.
오 회장은 “연구 결과가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정책으로 구현되어 DMZ와 배후지가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재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DMZ 배후지 지자체가 함께 만들어갈 이 거버넌스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연구의 진전과 정책 연계 방안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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