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이 염원한 ‘생활문화 허브’ 2028년 착공 목표로 추진

[이코노미세계] 성남시 창곡동 594번지, 위례 스토리박스 부지는 오랫동안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다. 한때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이 있었다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며 색이 바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그러나 올해 가을, 그 고요한 부지에 다시 생명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성남시가 ‘문화·체육복합시설 및 첨단기업 유치단지’로 개발 방향을 확정하며,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새로운 도시 재생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이제 위례에도 진짜 ‘도심의 심장’이 생기는 것 같다. 위례동 한빛마을에 거주하는 안상일(52) 씨는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년 동안 방치된 곳에 도서관과 체육시설이 들어선다니 이웃들과 함께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위례동은 4만5000여 명이 사는 신도시이지만, 문화 인프라는 여전히 척박하다. 공공 체육시설은 사실상 ‘0’, 1인당 문화복지시설 면적은 성남시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성남시는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건축면적 1만7600㎡)과 실내수영장·다목적 체육관을 갖춘 ‘문화·체육복합시설’을 세운다.
도서관은 단순한 자료실이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하는 ‘생활문화 플랫폼’으로 설계된다. 어린이 책놀이터, 시 낭송회와 북콘서트, 은퇴 세대를 위한 인문학 강좌, 청년 창작자들이 작품을 전시하는 문화갤러리까지 ‘책과 사람, 그리고 일상’이 어우러지는 도시 속의 문화 산책길이 될 전망이다.
또한 실내체육관과 수영장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시민의 쉼터”로 기능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문화시설 확충을 넘어 첨단산업과의 결합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성남시는 부지 중 절반 이상을 AI·반도체·스마트 모빌리티·이차전지 등 4차 산업 관련 기업 유치 부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겉보기엔 ‘문화’와 ‘산업’은 다른 영역 같지만, 도시는 이 둘이 함께 숨 쉴 때 비로소 살아난다. 도서관에선 창의적 아이디어가, 기업 연구실에선 혁신 기술이 태어난다. 문화가 영감을 주고, 산업이 실현시킨다. 이 순환이 이어질 때, 위례는 단순한 주거단지를 넘어 ‘일하고, 배우고, 쉬는’ 도시로 진화할 것이다.
성남시는 이를 통해 생활권 자족기능 강화, 청년 일자리 창출, 산업기반 다변화 등 세 가지 축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이 개발은 ‘삶의 품격을 높이는 도시’와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의 공존을 실험하는 성남형 복합모델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시민의 삶이 중심이 되는 개발”로 규정한다. 그리고 “장기간 미개발로 남아 있던 부지를 첨단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복합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문화 인프라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올 하반기부터 도시계획 변경과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 절차에 돌입한다. 특히 시민 의견을 적극 반영해 어린이 문화센터, 시니어 복합 커뮤니티, 지역 예술단체 전시공간 등의 추가 설치도 검토 중이다.
문화의 본질은 ‘공감’이다. 함께 웃고, 읽고, 운동하며,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온기가 피어난다. 위례 스토리박스 부지는 그 공감의 무대가 된다.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리고, 체육관에서는 청년들이 땀을 흘리며, 근처 기업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다.
이 모든 풍경이 맞물릴 때, 위례는 단순한 개발지가 아닌 ‘사람이 중심인 도시’, ‘문화가 살아 있는 공동체’로 다시 태어난다.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밸리를 통해 ‘첨단산업도시’로 전국적 위상을 확보했지만, 이제는 ‘생활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키우려 하고 있다.
위례 개발은 그 전환점이다. 산업과 문화가 함께 성장하는 이중 엔진 구조는 도시의 경쟁력을 사람 중심으로 재편하는 실험이다. 즉, 기술로는 혁신을, 문화로는 연결을 만드는 도시 전략이다.
지역사회 전문가들은 “성남형 문화복합개발이 성공하면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새로운 도시문화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도시는 건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주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청년이 있어야 비로소 도시는 ‘살아 있는 문화체’가 된다.
위례 스토리박스 부지의 변화는 결국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완성될 것이다. 성남시의 이번 시도는 도시를 다시 ‘사람의 공간’으로 되돌리는 하나의 문화적 선언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