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조선왕실의 여름 풍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왕실 가족들은 휴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떤 놀이를 즐겼을까. 경기 북부의 대표 문화유산인 남양주 궁집에서 열린 체험 프로그램이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시민들에게 전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남양주시는 27일 궁집에서 진행한 고택종갓집 활용사업 ‘화길옹주 휴가 가는 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사업은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인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조선왕실의 생활문화와 전통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문화 체험을 넘어 국가유산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역사적 공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문화유산 활용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남양주 궁집은 조선 후기 왕실과 깊은 연관을 가진 역사문화자원이다.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과 왕실 건축의 특징을 간직한 이곳은 지역을 대표하는 국가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은 보존만으로는 그 가치가 온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현대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함께할 때 비로소 문화유산은 살아있는 교육 공간이 된다.
남양주시가 이번 사업을 통해 주목한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화길옹주 휴가 가는 날’은 조선왕실의 풍습과 놀이문화를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유물을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왕실 사람들이 실제 즐겼던 놀이와 생활문화를 직접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휴가’라는 친숙한 소재를 활용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역사 속 인물들의 일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어렵고 딱딱한 역사교육이 아닌,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통문화를 익히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은 지난 4월 11일부터 5월 27일까지 총 7회에 걸쳐 운영됐다. 참가 대상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중학생, 사회적 약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으며 회당 약 20명 내외가 참여했다.
연령과 계층을 폭넓게 아우른 점은 이번 사업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과거 문화유산 프로그램이 특정 계층이나 역사에 관심 있는 시민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이번 사업은 보다 많은 시민들이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문화유산 안전교육을 받았다. 국가유산의 중요성과 관람 예절, 시설 이용 수칙 등을 익힌 뒤 본격적인 체험 활동에 참여했다.
이는 단순한 놀이 체험을 넘어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함께 교육하기 위한 취지다. 참가 학생들은 궁집 곳곳을 누비며 왕실 놀이문화를 경험했다. 실내에서는 전통 보드게임인 쌍륙을 체험했고, 야외에서는 왕실 체육문화의 하나로 알려진 타구 체험에 참여했다.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게임에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전통놀이의 재미를 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이 됐다.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 콘텐츠는 왕실 놀이문화 체험이었다. 대표 프로그램인 쌍륙 체험은 조선시대 왕실과 양반가에서 즐기던 전통 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쌍륙은 주사위를 활용해 말을 이동시키는 놀이로 오늘날의 보드게임과 유사한 형태를 갖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전략적 사고와 판단력을 기르는 놀이로 인식됐다.
참가자들은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놀이 방법과 역사적 배경을 익힌 뒤 직접 경기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학생들도 곧 규칙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게임에 몰입했다는 후문이다.
야외 프로그램인 타구 체험도 큰 호응을 얻었다. 타구는 막대를 이용해 공을 치는 전통 스포츠로 조선시대 왕실과 상류층 사이에서 널리 즐겨졌다. 현대 스포츠의 원형으로도 평가받는 타구는 신체 활동과 협동심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놀이로 알려져 있다.
참가자들은 궁집 마당에서 직접 타구를 체험하며 조선시대 사람들의 여가문화를 몸소 경험했다. 역사책 속에서만 접하던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전통놀이 체험에만 머물지 않았다. 남양주시는 놀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통 예절과 공동체 정신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했다.
참가자들은 놀이를 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 순서를 지키는 규칙, 승패를 받아들이는 자세 등을 배웠다. 또한 전통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예의범절과 배려의 가치를 함께 익혔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차 약화되고 있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학생 참가자들의 경우 학교 교육과 연계한 인성교육 효과도 기대된다.
교육계에서는 최근 체험 중심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실 안에서 이론으로 배우는 것보다 실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교육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궁집 프로그램은 역사교육과 인성교육을 동시에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전통문화 체험이라는 흥미로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예절과 배려를 배우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국가유산을 활용한 관광·교육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문화재가 관람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체험과 교육, 관광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남양주시 역시 궁집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유산 활용사업을 추진하며 지역 문화자원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번 ‘화길옹주 휴가 가는 날’ 프로그램은 이러한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역사적 건축물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공간에서 실제로 생활했던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했다. 이는 문화유산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이번 궁집에서 펼쳐진 왕실의 휴가는 끝났지만, 시민들이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를 만나고 전통을 체험하는 여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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