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인 경기도가 대규모 경제 전수조사에 나선다. 도내 80만 개가 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번 조사는 단순한 통계 집계를 넘어 인공지능(AI), 로봇, 스마트공장, 무인매장 등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도는 6월 1일부터 7월 22일까지 ‘2025년 기준 경기도 경제총조사’를 실시한다. 경제총조사는 국가데이터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5년마다 시행하는 국가승인 통계조사로,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구조와 경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가장 큰 규모의 경제 분야 조사다.
이번 조사는 경기도 경제의 현재를 기록하는 동시에 향후 5년간의 정책 방향을 설계하는 기초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기도의 경제 규모는 이미 대한민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 사업체는 총 80만4,315개로 전국 사업체의 약 24.1%에 달한다. 전국 사업체 네 곳 가운데 한 곳이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 산업 집적 효과와 제조업·서비스업·첨단산업이 동시에 성장한 결과다. 반도체와 바이오, 첨단 제조업이 집중된 남부권과 물류·유통·관광산업이 발달한 북부권이 함께 성장하면서 경기도는 사실상 대한민국 산업구조의 축소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 경제총조사 결과는 단순히 지역 통계를 넘어 국가 경제의 흐름을 읽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경제총조사는 정부가 중장기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산업별 성장 추세는 물론 고용구조, 생산활동, 경영 여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AI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존 산업 통계만으로는 경제 현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조사는 이러한 변화된 경제 환경을 반영한 첫 대규모 조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새로운 조사 항목의 대폭 확대다. 기존 경제총조사가 사업체 규모와 매출, 종사자 수 등 전통적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조사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신산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항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외국인 종사자 수 ▲인공지능(AI) 활용 여부 ▲스마트 농장·양식장 운영 현황 ▲스마트공장 운영 여부 ▲로봇 활용 현황 ▲무인매장 운영 실태 등이 조사된다. 이는 최근 산업 현장에서 나타나는 구조 변화를 통계적으로 포착하기 위한 시도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는 생산라인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로봇이 상품을 이동시키고 있으며, 서비스업에서는 무인 주문 시스템과 키오스크가 일반화됐다.
또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기업들의 업무 방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러한 변화를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국가 단위 통계가 부족했다. 이번 경제총조사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역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AI 활용 현황과 자동화 수준,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 등을 분석할 경우 향후 노동시장 변화와 산업 경쟁력 수준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반도체, IT, 바이오 등 첨단산업 비중이 높은 만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산업 대전환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조사 내용도 방대하다. 조사항목은 총 38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사업체명, 대표자, 소재지, 종사자 수, 매출액, 영업비용 등 사업체의 기본 현황과 경영 실적을 확인하는 12개 공통 항목이 포함된다.
여기에 제품별 출하액, 영업시간, 온라인 거래 여부, 매출액 구성비 등 산업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26개 특성 항목이 추가된다.
이를 통해 단순히 사업체 수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종별 생산성과 수익성, 디지털 전환 수준, 소비 패턴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쇼핑 확대와 플랫폼 경제 성장으로 전통적인 산업 분류 체계만으로는 경제 활동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배달 플랫폼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이러한 변화가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역별 산업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분석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조사는 온라인과 방문면접 방식으로 진행된다. 온라인조사는 6월 1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된다. 사업체에 사전 배부된 안내문의 참여번호를 입력하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응답할 수 있다.
방문면접조사는 6월 12일부터 7월 22일까지 진행된다. 조사원이 사업체를 직접 방문해 응답을 지원한다. 온라인 조사 확대는 행정 효율성과 응답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사업체나 고령 사업주가 운영하는 영세 사업체의 경우 방문조사를 통해 정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응답 과정에서 수집되는 모든 자료가 통계 작성 목적 외에는 사용되지 않으며, 통계법에 따라 철저히 보호된다고 강조했다.
통계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지, 어느 지역의 일자리가 늘고 있는지, 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활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모두 정책의 출발점이 된다.
경제총조사는 바로 이러한 정책 설계의 나침반 역할을 수행한다. 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는 올해 12월 잠정결과가 발표되고, 분석과 검증을 거쳐 2027년 6월 최종 결과가 공표될 예정이다.
경제 환경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가 일터를 바꾸고, 로봇이 생산현장에 들어서며, 무인매장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번 경제총조사는 이러한 변화를 숫자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나아가 경기도와 대한민국 경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미래 보고서의 첫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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