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성남시 분당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정책 방향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행 ‘연차별 물량 지정 방식’이 사업 지연과 주민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남시의회 이준배 의원은 최근 분당 재건축 정책과 관련해 “현행 방식은 구조적 한계를 이미 드러냈다”며 물량 제한 폐지와 상시 접수 체계 전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현재 성남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계획은 연차별로 재건축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2025년과 2026년에는 각각 1만2000세대, 2027년부터 2032년까지는 매년 1만세대, 이후 2035년까지는 연간 2000~2700세대를 배정하는 구조로, 총 9만8700세대가 순차적으로 정비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사실상 ‘선정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각 단지는 제한된 물량 안에 포함되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같은 생활권 내에서도 사업 추진 시기와 조건이 달라지는 것은 명백한 형평성 문제”라며 “일부 단지만 먼저 개발되고 나머지 지역은 장기간 대기하는 구조는 주거환경 격차를 키운다”고 말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은 재건축을 바라보는 정책 철학이다. 현재 방식은 단지별 경쟁을 통해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지만, 전문가들과 일부 정치권에서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체계로 보는 ‘통합 정비’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의원 역시 “분당 재건축은 개별 단지 경쟁이 아닌 도시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일부 구역만 순차적으로 개발하면 기반시설 확충이 뒤처지고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개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기능의 균형과 직결된 사안이다. 특정 지역만 먼저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 도로,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 확충이 뒤따르지 못해 생활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분당은 동일 생활권 안에서도 노후도와 주거환경 차이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어, 단계적 개발이 오히려 도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논쟁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다른 1기 신도시와의 정책 차이다. 고양시와 부천시는 비교적 대규모 물량을 전제로 중장기 계획을 열어두고 단계적으로 정비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 의원은 “고양과 부천은 2만세대 이상 규모를 기준으로 도시 전체를 고려한 정비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반면 성남시는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경쟁 방식으로 배분하고 있어 정책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차이는 주민 체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른 도시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교적 예측 가능한 일정 안에서 재건축이 진행되는 반면, 성남시는 ‘선정 여부’에 따라 사업 추진 자체가 좌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 설계 방식이 주민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문제의 본질을 ‘물량’이 아닌 ‘방식’에서 찾았다. 그리고 “문제는 물량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행정이 속도를 통제하는 구조”라며 “요건을 갖춘 단지는 언제든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연차별 승인 절차는 사실상 사업 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민간 주도의 재건축 사업 특성과 충돌하면서 사업 지연을 초래하는 대표적 규제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조합 설립, 안전진단, 사업시행인가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물량 승인’ 단계까지 존재하는 것은 불필요한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제도 개선 방향으로 ‘지방정부의 자율성 확대’를 제시했다. “연차별 물량 승인 절차는 사업 속도를 늦추는 대표적인 규제 요인”이라며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게 유연하게 정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재건축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실제 분당은 1기 신도시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주거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일률적인 물량 통제보다 탄력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분당 재건축은 단순한 도시 정비를 넘어 수도권 주택 공급과 직결된 핵심 현안이다. 그러나 현재 방식이 유지될 경우 사업 지연과 주민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시 접수 체계 도입 ▲도시 단위 통합 정비 ▲기반시설 동시 확충 ▲지방정부 권한 확대 등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누가 먼저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하느냐’라는 지적이다. 분당 재건축이 갈등의 상징이 될지, 도시 혁신의 모델이 될지는 향후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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