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지는 대형 공연은 도시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꾼다. 수만 명의 관객이 몰리고, SNS에는 도시 이름이 실시간으로 오르내린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이 곧장 다른 도시로 떠난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최근 던진 메시지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공연은 하루, 경제는 일상”이라며, 공연 유치 자체보다 관객을 도시 안에 머물게 하는 전략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공연 관람을 계기로 숙박, 식음, 쇼핑, 관광 소비로 이어지는 ‘체류형 경제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겉으로 보면 이는 단순한 관광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시경제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훨씬 복합적이다. 공연, 숙박, 상권, MICE 산업, 일자리, 도시 경쟁력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양특례시는 이미 수도권 서북부의 대표적인 공연·전시 도시로 자리 잡았다. 대형 공연장과 국제 전시 인프라, 서울과의 접근성은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대형 콘서트와 국제 행사가 열릴 때마다 도시에는 대규모 유동 인구가 유입된다.
공연 관객 상당수가 공연 종료 후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 이동한다. 숙박은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고, 식사와 쇼핑 역시 외부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시 입장에서는 사람은 몰려들지만 경제적 파급효과는 제한되는 구조다.
지역 상인들의 체감 역시 비슷하다. “공연 있는 날에는 분명히 사람들이 많이 오죠. 그런데 기대만큼 매출이 늘지는 않다. 공연만 보고 바로 이동하는 분들이 많다.”
도시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체류 시간의 경제학’으로 설명한다. 방문객이 도시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소비 규모와 경제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동환 시장의 발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진짜 경쟁력은 공연 유치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을 어떻게 고양에 머물게 할 것인가.” 그가 제시한 핵심 과제는 명확하다. 호텔·숙박 인프라 확충이다.
대형 공연과 국제 행사가 열려도 숙박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면 체류형 소비 구조는 작동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객실 수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경제 설계의 출발점이라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숙박 인프라는 도시 소비 생태계의 ‘앵커(Anchor)’ 역할을 한다. 숙박이 발생해야 식음, 쇼핑, 교통, 관광 소비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동환 시장이 강조한 또 하나의 표현은 의미심장하다. “공연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경제를 움직이는 플랫폼 산업이다.” 이는 공연을 문화 영역이 아닌 산업 구조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공연 관람 ~ 1박 체류 ~ 식음·쇼핑·관광 소비 ~ 지역 일자리 창출 ~ 재투자 ~ 도시 경쟁력 강화. 이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때 공연은 도시경제의 엔진으로 기능한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이 접근을 글로벌 도시 전략과 연결 짓는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대형 이벤트 산업을 중심으로 도시 브랜드와 경제 구조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공연, 스포츠, 전시, 국제회의는 관광 이상의 경제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호텔 유치, 도시 전략의 시험대 “건물 하나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 그러나 호텔 유치는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첫째는 수요의 안정성이다. 대형 공연과 행사가 특정 시기에 집중될 경우, 연중 객실 가동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둘째는 투자 리스크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 유치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장 전망과 정책적 신뢰가 필요하다. 셋째는 도시 공간 전략이다. 숙박시설이 단절된 채 존재할 경우 기대했던 소비 연결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동환 시장이 ‘동선 설계’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연장–숙박–상권–쇼핑–관광지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 이는 물리적 거리보다 경제적 연결성을 중시하는 도시 설계 개념이다.
숙박 수요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해법으로 시가 주목하는 분야는 MICE 산업이다. 국제회의, 전시, 기업 행사 등은 계절 편차가 상대적으로 적고, 체류 기간이 길다는 특징을 가진다. 공연과 MICE 산업을 결합할 경우 숙박 및 소비 수요의 연중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체류형 도시 전략은 분명 매력적인 구상이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 역시 존재한다. 서울과의 근접성은 고양의 강점이자 동시에 경쟁 요소다. 소비 선택지가 풍부한 서울로의 이동을 완전히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핵심은 ‘차별화된 체류 경험’이다. 숙박만으로는 부족하다. 야간 콘텐츠, 관광 프로그램, 쇼핑 매력, 교통 편의성 등 도시 경험 전반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
이동환 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정책 홍보라기보다 도시 전략의 방향 전환 선언에 가깝다. “후광효과에 기대지 않겠다. 지속가능한 투자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고양을 머무는 도시, 소비가 일어나는 도시, 다시 찾는 도시로 만들겠다.” 이는 도시 경쟁력의 기준을 ‘유입 규모’에서 ‘체류 가치’로 이동시키는 접근이다.
공연은 도시 이미지를 만든다. 숙박은 소비를 만든다. 소비는 일자리를 만든다. 일자리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만든다. 고양시가 선택한 전략은 이 연결고리를 촘촘히 엮는 작업이다.
성공한다면 고양은 단순한 공연도시를 넘어 체류형 경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실패한다면 대형 이벤트 의존 도시의 한계를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공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도시경제의 진짜 경쟁은 무대 밖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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