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남북 교류협력 재개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경기도의 관련 정책 운영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4년 만에 대면회의로 개최하며 교류 기반 정상화에 나선 것과 대비되면서다.
경기도의회 정경자 의원은 17일 “국정 제1동반자를 자임하는 경기도가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여전히 서면회의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특히 남북관계 변화 국면에서 지방정부의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경기도가 최소한의 논의 구조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정부는 대면회의를 통해 정책 논의를 정상화하고 있는데, 경기도는 여전히 서면회의에 의존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 추진의 실질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논란의 핵심은 회의 방식이다. 서면회의는 시간과 절차를 간소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정책 논의와 검증이 필요한 사안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 의원 역시 “서면회의는 편의적 수단일 뿐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로는 부적절하다”며 “토론과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는 집행부 안건을 그대로 추인하는 형식적 의결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면회의는 다양한 의견 수렴이 어렵고, 정책 수정이나 보완 과정이 사실상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북교류협력처럼 정치·외교적 변수와 재정 집행이 결합된 정책 영역에서는 심층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기금 운용의 실효성이다.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수백억 원 규모로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집행은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약 188억 원 중 30억 원 집행 △2024년 88억 원 계획 대비 33억 원 집행(37.8%) △2025년 39억 원 계획 중 37억 원 집행(95.5%) 표면적으로 보면 2025년 집행률은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계획 자체를 대폭 축소한 데 따른 ‘착시효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의원은 “계획 규모를 줄여 집행률을 높이는 방식은 정책 성과로 보기 어렵다”며 “실질적 사업 확대 없이 수치만 개선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기금은 축적되고 있지만, 본래 목적에 맞는 사업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기금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 중 상당액이 실제 사업에 활용되지 못한 채 묶여 있는 상태다. 정 의원은 “전체 기금 중 약 340억 원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예탁돼 있고, 실제 활용 가능한 금고 예치금은 44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즉시 집행이 어려운 구조를 의미한다.
정 의원은 기금 운용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불투명한 심의 구조’를 꼽았다. 그리고 “불투명한 집행과 미집행 방치를 막기 위해서는 투명한 심의와 충분한 숙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 개선을 넘어 △정책 결정 과정의 공개성 △전문가 참여 확대 △의회 통제 기능 강화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경기도 행정 운영 문제를 넘어, 지방정부의 남북교류 역할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교류협력 채널 복원에 나서는 상황에서, 지방정부 역시 △지역 차원의 교류 모델 구축 △경제·문화 협력 사업 발굴 △주민 체감형 정책 추진 등을 통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서면회의 중심 구조와 미흡한 기금 집행으로는 이러한 역할 수행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경자 의원은 결국 제도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그리고 “남북교류협력의 중요성을 인정해 2025년까지 존속기한을 연장했음에도 지금처럼 안일한 운영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며 “도지사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대면회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금 운용과 사업 구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도 남북교류협력 정책은 현재 두 가지 상반된 현실 사이에 놓여 있다. 하나는 수백억 원 규모의 재정 여력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정책 구조다.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정책 신뢰도 하락 △재정 비효율 확대 △지방정부 역할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대면 중심 의사결정 구조 △투명한 심의 체계 △전략적 기금 운용이 결합된다면, 경기도는 남북교류협력의 선도 모델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회의 방식’이 아니라 ‘정책 의지’다. 지금 경기도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