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상가·은계호수·거북섬, 지역 특성 따라 서로 다른 실험
일회성 행사 넘어 재방문·소비로 연결하는 지속성이 관건
[이코노미세계] 시흥의 주말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상권에서는 복싱대회가 열리고, 호수공원 주변에는 청년들이 모여 프리마켓을 연다. 야외무대에서는 청소년과 주민들이 브레이킹 댄스배틀을 즐기고, 관광지 주변 상권에서는 상가 박람회와 유명 배우 사인회가 펼쳐진다.
행사의 내용과 장소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목적이 있다. 시민을 거리로 불러내고, 사람들이 머물게 하며, 그 발길을 주변 상권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임병택 시흥시장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한 시흥의 주말 모습이다. 임 시장은 가을을 맞은 토요일과 일요일 시흥 곳곳에서 상권을 살리기 위한 행사와 시민을 위한 음악회 등이 열렸다고 전했다.
단순히 축제와 행사가 많았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지역 상권을 살리고 시민들에게 일상 속 문화와 여가를 제공하려는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담겨 있다.
특히 전통상권과 신도시 상권, 관광지 상권 등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지역에서 각 지역에 맞는 행사가 동시에 펼쳐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출발점을 대규모 개발이나 시설 투자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힘’에서 찾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정왕동 옥구상가 야외 특설링에서는 시흥시장배 복싱대회가 열렸다. 평소 시민들이 물건을 사고 식사를 하던 상가 주변에 복싱 링이 설치되면서 일대는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임 시장은 전통상권인 옥구상가에 모처럼 많은 인파가 몰린 모습을 소개했다.
전통상권에서 체육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경기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찾아오고 경기 전후 식당이나 카페, 점포를 이용한다면 체육행사가 자연스럽게 상권 유입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상권은 온라인 소비 확대와 소비 형태 변화 등으로 지속적인 경쟁 압력을 받고 있다.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새로운 방문 수요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축제와 체육·문화행사를 상권과 연결하는 방식은 방문 동기를 만드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핵심은 ‘사람이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데 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설을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민이 직접 방문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소비로 연결되기 어렵다. 반대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상권 안으로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상가에 대한 인지도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옥구상가에 설치된 복싱 링은 이런 점에서 상징적인 장면이다. 체육행사가 경기장을 벗어나 시민 생활공간으로 들어왔고, 전통상권은 하루 동안 쇼핑 공간을 넘어 스포츠와 시민 참여가 결합된 공간으로 변했다.
은계호수 일대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은계호수 그랑트리돔에서는 청년의 날 기념식과 프리마켓이 열렸다. 임 시장은 행사장을 찾은 청년들이 골목 곳곳을 채운 모습을 반겼다.
은계호수공원 야외무대에서는 브레이킹 댄스배틀도 진행됐다. 청소년과 인근 주민들이 참석해 공연과 경연을 관람하며 박수를 보냈다.
옥구상가의 복싱대회가 전통상권과 스포츠를 결합했다면 은계호수 일대에서는 청년문화와 지역 상권을 연결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청년 프리마켓은 청년들에게 자신의 상품과 아이디어를 시민들에게 직접 선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기존 상점과 다른 새로운 상품과 콘텐츠를 경험할 기회를 준다.
브레이킹 댄스배틀 역시 비슷하다. 청소년과 청년층이 관심을 가질 만한 문화 콘텐츠를 야외 공간으로 끌어내면서 젊은 세대가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접점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서 청년층의 역할은 중요하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소비하고 활동하며 새로운 사업과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상권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젊은 세대가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면 소비와 문화 활동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 내 청년 행사를 단순한 일회성 기념행사가 아니라 상권과 문화공간, 창업·창작 활동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수 있다.
거북섬에서는 상가박람회가 열렸다. 배우 김승수가 참석한 사인회도 진행됐다. 유명 배우가 참여하면서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임 시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가를 살리고 거북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상인들에게 각별한 마음을 나타냈다. 행사에 참여한 배우 김승수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거북섬 상권 활성화는 시흥 지역경제에서 관심을 끄는 과제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관광·상업지역이 안정적인 상권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설 조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찾고, 머물고,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번 상가박람회와 사인회 역시 그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거북섬을 다시 알리고 방문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일회성 행사만으로 상권이 근본적으로 살아나기는 어렵다. 행사 때 몰린 방문객이 평상시에도 다시 찾도록 만들려면 교통과 접근성, 상권 콘텐츠, 관광 프로그램, 먹거리와 볼거리, 체류형 프로그램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행사로 사람을 부르는 것’이 첫 단계라면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다음 단계다.
옥구상가, 은계호수, 거북섬에서 열린 행사는 성격이 각각 다르다. 복싱과 청년 프리마켓, 브레이킹 댄스, 상가박람회와 유명인 사인회가 외형적으로는 하나의 정책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임 시장은 이 행사들을 하나의 공통된 목적 아래 묶었다. ‘상권을 살리는 것’과 ‘시민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다. 첨부 자료에서 임 시장은 “이 모든 행사들이 상권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며 시민들에게 행복을 제공하는 목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권을 살리고 시민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자신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역축제와 문화·체육행사를 지역경제 정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같은 발언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행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고, 참여가 지역 방문으로 이어지며, 방문이 주변 상권의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지속성이다. 축제나 체육행사가 열리는 날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행사가 끝난 뒤 다시 한산해진다면 상권 활성화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 행사를 상권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하되 이를 일상적인 소비와 방문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행사와 지역 점포의 할인·체험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청년 프리마켓 참여자들이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관광지역에서는 상가 행사와 주변 관광·레저 콘텐츠를 연결해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전략도 필요하다.
한 장소에서 한 행사만 보고 돌아가는 구조보다 먹고, 보고, 체험하고, 쇼핑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수록 지역에서 발생하는 소비 효과도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권 정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러왔는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다시 방문했는가’를 살펴야 한다.
시흥은 지역마다 상권의 성격이 다르다. 오랜 기간 형성된 전통상권과 신도시 생활상권, 관광·레저를 기반으로 하는 상권을 동일한 방식으로 활성화하기는 어렵다.
옥구상가에는 기존 상인과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이 중요할 수 있다. 또 은계호수 일대는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문화·공연·청년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거북섬은 관광과 레저, 문화행사와 상업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외부 방문객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이 중요하다. 이번 주말 곳곳에서 열린 행사들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의 성격에 따라 체육과 청년, 문화, 관광이라는 서로 다른 콘텐츠가 등장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주변 상권과 연결한다면 시민 문화생활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모색할 수 있다.
지역경제 정책은 숫자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매출과 사업체 수, 방문객 수, 고용 등 각종 지표가 정책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골목상권의 출발점은 결국 사람이다. 시민이 거리로 나오고, 이웃과 만나고, 공연과 스포츠를 즐기며,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를 이용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일상의 움직임이 모여 상권을 만든다.
그런 점에서 시흥에서 펼쳐진 주말 행사는 ‘시민 행복’과 ‘지역경제’가 반드시 별개의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민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 방문을 늘리고, 그 방문이 골목상권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는 행사 개최 자체를 넘어 실제 지역 상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사별 방문객 규모와 주변 점포 이용 변화, 상인들의 체감 효과 등을 분석하고 성과가 확인된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역 상인과 주민, 청년들이 행사 기획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 역시 중요하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구성원들이 직접 필요한 콘텐츠를 제안하고 함께 운영한다면 상권의 지속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임 시장이 소개한 시흥의 가을 주말은 그래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지역 상권을 어떻게 다시 사람들로 채울 것인가.’ 옥구상가의 복싱 링, 은계호수의 청년 프리마켓과 브레이킹 무대, 거북섬 상가박람회는 그 질문에 대한 각기 다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임 시장은 이들 행사의 공통된 목적을 상권 활성화와 시민 행복으로 설명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같은 주말의 활기를 일상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행사가 끝난 월요일에도 시민이 다시 골목을 찾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며, 관광객이 다시 거북섬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시흥의 ‘주말 상권 살리기’가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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