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조직개편안이 한국 경제 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과 국가전략 기능을 분리하는 조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단순한 부처 재편을 넘어 국가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평가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기재부 개편을 “역사적 개혁”이라 평가하며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강한 환영 의사를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오랫동안 예산과 재정, 경제전략을 동시에 관장하며 ‘경제 컨트롤타워’로 불려왔다. 그러나 예산 편성권과 정책 기획권이 한 부처에 집중되면서 견제 장치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편안은 예산 기능을 별도의 기획예산처로 떼어내고, 국가 전략 기능은 재경부가 담당하도록 조정해 권한 분산과 균형을 도모한다.
김동연 지사는 “기획예산처와 재경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개편의 핵심”이라며 “이는 검찰의 기소·수사 분리에 버금가는 제도적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권력 분산형 경제 운영’으로 평가하면서도, 조직 간 협업 구조를 얼마나 매끄럽게 안착시키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단순한 환경부 확대 개편이 아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산업·에너지 정책 전반과 연계한 새로운 접근법이다. 김 지사는 “기후가 곧 경제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며, 기후정책을 ‘기후경제’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기도는 이미 2022년 ‘환경국’을 ‘기후환경에너지국’으로 개편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현재 경기도 기후환경에너지국은 실·국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탄소중립·재생에너지·그린산업 육성을 종합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는 중앙정부 개편의 일종의 ‘파일럿 모델’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단순히 부처의 간판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정책 결정 구조가 달라지고 예산 집행 우선순위가 변하면서, 경제 전반의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경제계는 기재부 개편을 두고 “재정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정책 기획과 집행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엇갈린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책 추진 속도와 예산 투입의 조율 능력이 관건”이라며 “초기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계에서는 “기후경제 중심의 정책은 신산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이재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산 권한이 분리되면 부처 간 협상과 견제가 활발해지고, 중장기 전략의 전문성도 강화될 수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정책 추진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정책 전문가인 윤지영 KAIST 교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한국 경제 구조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기후·에너지·산업이 부처 이기주의로 따로 놀지 않도록 통합 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민 박성민(47) 씨는 “지자체 차원에서 이미 기후와 에너지를 묶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도 같은 방향으로 간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김은지(35) 씨는 “부처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실제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한편 정부조직 개편은 ‘낡은 틀을 바꾸는 것’을 넘어 국가 경제의 패러다임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기획재정부의 권한 분산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권력 구조의 견제와 신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한다. 김동연 지사가 강조한 대로 이번 개편이 “대한민국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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