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시내버스 체계 개편이 수도권 전반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낳고 있다. 통행시간 단축과 노선 효율화를 명분으로 시작된 정책이 경기–서울 간 연결망을 약화시키며, 출퇴근과 통학 등 일상 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김창식 부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버스 체계 개편으로 경기–서울 간 주요 노선이 축소되면서 그 영향이 고스란히 경기도민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노선 조정 차원을 넘어 수도권 광역교통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시내버스 노선을 재편하며 외곽 지역과 연결되는 시계외 노선을 단계적으로 단축하거나 폐선하고 있다. 정책의 핵심은 중복 노선 정리와 운행 시간 단축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노선들이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라 수도권 생활권을 이어주는 ‘핵심 연결축’이라는 점이다.
경기 외곽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시민들은 버스를 통해 지하철 환승 없이 이동하거나, 환승 시간을 줄이며 통근 효율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노선이 축소되면서 이동 경로가 복잡해지고, 환승 횟수 증가와 이동 시간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과 직장인 등 정기적으로 서울을 오가는 이용자들에게 체감 불편은 더욱 크다.
서울시는 버스 감축을 통해 도심 교통 혼잡 완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와 현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이동 수요 자체는 줄지 않는다”며 “버스를 줄이면 이용자들은 전철이나 승용차로 이동 수단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버스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지하철 혼잡도 증가, 승용차 이용 확대, 도심 교통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혼잡을 재생산하는 ‘정책 역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노선 감축이 아니라, 수도권 교통정책의 구조적 제약에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버스 노선 신설이나 변경 시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대체 노선을 마련하더라도 서울 도심 진입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서울이 노선을 줄이면 경기도는 이를 보완할 수단이 제한되고 결과적으로 이용자 불편이 확대되는 구조다 이 같은 제도적 비대칭은 수도권 교통정책이 ‘단일 생활권’이 아닌 ‘분절된 행정권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은 이미 하나의 생활권으로 기능하고 있다. 직장, 학교, 의료, 문화 등 주요 활동이 행정 경계를 넘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방사형 생활권 구조에서 교통정책을 개별 지자체 단위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광역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교통정책의 기본 단위를 ‘도시’가 아닌 ‘권역’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버스노선 단축이나 폐선 시 서울·경기 간 사전 협의를 의무화해 일방적 정책 추진을 방지해야 한다. 둘째, 노선 폐선 이전에 대체 노선이나 교통수단을 충분히 마련해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조정 권한을 강화해 지자체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서울·경기·인천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 구성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현실에서 반복되고 있다. 2025년 서울 석계역과 남양주 별내를 연결하던 1155번 버스의 경기도 구간이 폐선되면서 이용자 불편이 급증했다.
김 부위원장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5분 자유발언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대응을 촉구했고, 이후 대체 노선인 155번 버스 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 사례는 노선 폐선 → 이용자 불편 발생 → 사후 대응 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청년의 통학과 취업, 어르신의 병원 이용, 시민의 일상 이동을 책임지는 ‘기본 인프라’다. 김 부위원장은 “버스는 도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핵심 공공서비스”라며 “수도권 광역교통 협력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버스 노선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이 하나의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교통정책은 여전히 행정 경계에 갇혀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서울의 정책은 경기의 현실이 되고, 경기의 문제는 다시 수도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제 필요한 것은 노선 조정이 아니라 ‘연결을 설계하는 정치’다.
광역교통 체계의 재설계 없이는 수도권 시민의 이동권 역시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장기적인 정책 전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