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넘어 시민 일상 속으로”, 전통문화 계승 의지
동구릉 역사적 가치 살려 ‘역사문화도시 구리’ 정체성 강화
과거와 현재·미래세대 잇는 문화유산 활용이 새로운 과제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구리시가 세계유산 동구릉을 중심으로 ‘역사문화도시’의 정체성을 다시 다지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정신을 시민의 일상으로 가져오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구리시가 품고 있는 동구릉이 있다. 조선왕조의 역사와 왕릉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동구릉은 구리시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자산이다. 도시의 과거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인 동시에 앞으로 구리시가 어떤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신동화 구리시장은 17일 동구릉에서 열린 숭릉기신제향(崇陵忌辰祭享)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숭릉은 조선 제18대 현종대왕과 명성왕후가 모셔진 곳이다. 특히 조선왕릉 가운데 팔작지붕의 웅장한 정자각을 간직하고 있어 역사·문화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이다.
신 시장은 제향에 참석해 선조들의 뜻을 기리고 오랜 세월 전통과 예법을 지켜온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제향을 함께하며 선조들의 뜻을 기리고, 오랜 세월 우리의 전통과 예법을 지켜오신 전주이씨대동종약원과 숭릉봉향회 관계자 여러분의 정성에도 깊이 감사드렸다”고 밝혔다.
이번 제향 참석은 하나의 전통행사에 참여했다는 의미를 넘어 구리시가 가진 역사문화 자산의 가치와 이를 미래세대에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라는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문화유산의 가치는 건축물이나 유적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공간에 축적된 역사와 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의례와 전통이 함께 어우러질 때 문화유산의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숭릉기신제향 역시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왕릉이라는 공간이 과거의 유적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제향이라는 전통 의례를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가 바뀌고 도시의 모습이 달라져도 전통적인 예법과 정신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문화유산은 현재와 연결된다.
특히 숭릉은 현종대왕과 명성왕후가 모셔진 왕릉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독특한 건축적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신 시장도 숭릉을 “조선왕릉 가운데서도 팔작지붕의 웅장한 정자각을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왕릉과 정자각, 제향은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왕릉이 역사적 공간이라면 정자각은 왕릉 제례가 이뤄지는 공간이며, 제향은 그 공간에 담긴 정신과 예법을 현재까지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문화유산 보존을 단순히 시설물을 관리하는 문제로만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랜 세월 이어진 제향의 전통과 이를 지켜온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보존돼야 비로소 문화유산이 가진 온전한 가치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다.
신 시장은 이번 숭릉기신제향 참석을 계기로 구리시가 가진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자긍심도 강조했다. 또 “세계유산 동구릉을 품은 구리시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역사문화도시”라고 밝혔다.
이 말에는 구리시의 도시 정체성을 역사문화 자산과 연결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한다. 새로운 주거지가 들어서고 도로가 만들어지며 상권과 생활권도 달라진다. 하지만 도시의 경쟁력이 개발과 편리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도시만의 역사와 문화, 시민들이 공유하는 기억과 정체성도 중요한 도시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동구릉은 구리시가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중요한 역사문화 기반이다. 단순한 관광 명소나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구리라는 도시가 가진 역사적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문화유산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새로운 건물과 시설은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와 문화는 한번 훼손되면 원래 모습과 의미를 되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시민들과 공유하느냐는 도시의 품격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신 시장이 이번에 강조한 대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역사와 정신이 시민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며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문화유산 정책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화유산 보존의 첫 번째 조건은 원형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없다면 문화유산은 시민의 삶과 분리된 공간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보존과 함께 필요한 것이 ‘연결’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문화유산과 시민을 연결하며,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를 이어주는 것이다.
동구릉을 비롯한 지역 문화유산이 시민들에게 친숙한 역사교육의 장이 되고,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 된다면 문화유산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제향과 같은 전통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특정 시기에 열리는 의례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의미, 예법을 시민과 미래세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국 문화유산을 살아 있는 자산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신 시장이 전주이씨대동종약원과 숭릉봉향회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유산은 행정기관의 관리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전통을 지켜온 사람들과 단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해져야 역사적 가치와 정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전통 제례와 의례는 사람의 참여 없이는 계승되기 어렵다.
건축물은 보수하고 관리할 수 있지만 의례의 절차와 의미, 예법은 결국 사람을 통해 전해진다. 앞선 세대가 다음 세대에 알려주고 다시 그 세대가 후대에 전달하는 과정이 반복돼야 전통은 생명력을 유지한다.
숭릉기신제향 역시 이러한 전통 계승의 현장이라고 볼 수 있다. 제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은 눈에 보이는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의 문화유산 보호 활동이다.
신 시장이 “오랜 세월 우리의 전통과 예법을 지켜오신” 관계자들의 정성에 감사를 표한 것도 문화유산 보존에서 사람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리시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세계유산 동구릉이라는 역사적 자산을 어떻게 시민들의 삶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
문화유산은 보존이 기본이지만 보존만으로 그 가치가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체험하며 그 가치를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등 미래세대가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동구릉이 단순히 ‘구리에 있는 세계유산’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 참여의 폭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역사교육과 문화 프로그램, 세대 간 전통문화 체험 등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은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원칙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역사적 공간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화유산 본래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결국 ‘보존’과 ‘활용’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최근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역만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발전시키는 문제도 중요해지고 있다. 구리시는 이 점에서 분명한 역사적 자산을 갖고 있다.
세계유산 동구릉이라는 공간은 다른 도시가 새롭게 만들어낼 수 없는 구리만의 자산이다. 수백 년의 역사와 왕릉 문화, 전통 의례가 한 공간에 축적돼 있다는 점에서 도시 브랜드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유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역사문화도시의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그 가치를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역사문화 자산이 도시의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가다.
문화유산을 지역의 역사교육과 문화생활, 도시 정체성 형성으로 이어가는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문화유산을 ‘훼손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철저한 보존을 전제로 시민들이 그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에게서 멀어진 문화유산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유산을 만드는 것이다.
이어 숭릉기신제향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문화유산은 과거 세대가 현재 세대에 넘겨준 유산이면서 동시에 현재 세대가 미래세대에 다시 전달해야 할 자산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문화재 자체를 온전히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정신을 함께 전달하는 일이다.
현종대왕과 명성왕후가 모셔진 숭릉, 왕릉의 제례 공간인 정자각,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기신제향의 전통은 각각 떨어진 역사적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돼 있다.
이 이야기를 시민과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사문화도시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문화유산 보존의 기반도 더욱 튼튼해질 수 있다.
행정기관의 노력만으로 문화유산을 영원히 지키기는 어렵다. 시민들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자신의 지역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보존이 가능해진다.
신 시장은 이번 숭릉기신제향 참석 소식을 전하며 짧지만 상징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역사를 지키는 일은 구리의 미래를 빛나게 하는 일이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 표현이다.
역사를 보존하는 것은 시간을 과거에 묶어두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도시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가치를 이어가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세계유산 동구릉을 품은 구리시가 앞으로 어떤 역사문화도시의 모습을 만들어갈 것인지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왕릉을 지키고 전통 제향을 계승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와 정신을 시민의 일상으로 연결하고 미래세대가 자연스럽게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신 시장이 밝힌 구리시 역사문화 정책의 방향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도시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만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지켜온 것을 제대로 보존하고 그 가치를 새로운 세대와 공유하는 것도 도시 발전의 한 축이다.
숭릉기신제향이 이어지는 동구릉의 오래된 시간과 오늘의 구리시민, 그리고 미래세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세계유산을 ‘가지고 있는 도시’를 넘어 세계유산의 역사와 정신이 시민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 시장이 강조한 것처럼 구리시가 지켜야 할 역사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오늘의 선택과 보존 노력이 쌓이면 그것이 다시 구리의 미래 역사가 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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