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혼자 성장할 수 없어”, 경기도·기업·시민 협력 강조
문화와 산업, 청년과 어르신 잇는 도시 성장 모델 제시
“기업 오고 일자리 생기는 ‘미래가 모이는 도시’ 만들 것”
[이코노미세계] 흙은 그 자체로 도자기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손을 거치고 불을 견뎌야 한다. 여기에 시간이 더해져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사업 하나를 유치하거나 새로운 정책 하나를 내놓는다고 하루아침에 도시의 미래가 바뀌지는 않는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을 살피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와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주체가 힘을 모아야 변화가 쌓인다.
성수석 이천시장이 ‘도자(陶磁)의 도시’ 이천에서 도시 성장의 원리를 다시 꺼내 들었다.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 개막을 계기로 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도시 발전을 연결하며 민선 9기 시정의 핵심 방향인 ‘함께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성 시장이 그리는 이천의 미래는 ‘혼자 빨리 가는 도시’보다는 여러 주체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도시에 가깝다. 경기도와 이천시, 기업과 시민, 문화와 산업, 청년과 어르신이 서로 연결될 때 도시 경쟁력도 커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가 내세운 또 하나의 표현은 ‘미래가 모이는 도시 이천’이다. 기업이 찾아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청년이 머물고 아이들이 꿈을 꾸는 도시, 문화와 사람이 모이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가 이천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땅이 만든다(Earth Makes)’다. 흙과 불, 시간과 자연이 만나 작품으로 완성되는 도자의 본질을 담았다.
올해 비엔날레에는 세계 77개국에서 13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천을 비롯해 광주·여주에서 45일간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천에 비엔날레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국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 시장이 이번 행사를 통해 강조한 것은 ‘연결’이다. 도자기를 완성하려면 어느 한 요소만으로는 부족하듯 도시 역시 행정의 힘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 시장은 행사에 참석하면서 민선 9기 시정 방침 가운데 하나인 ‘함께성장’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이천이 혼자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성 시장이 생각하는 도시 발전의 방향이 담겨 있다.
시와 경기도가 함께하고 기업과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문화와 산업도 따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과 지역을 지켜온 어르신 역시 한 도시 안에서 서로 연결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도시 경쟁력을 행정기관이나 특정 산업만의 성과로 보지 않고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의 결합에서 찾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성 시장이 이번 비엔날레를 바라보며 주목한 것은 도자의 제작 과정이다. 흙이 있다고 해서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흙을 빚는 사람의 손이 있어야 하고 뜨거운 불을 거쳐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제대로 된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다.
성 시장은 도시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좋은 정책 하나를 만든다고 도시가 단숨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대형 사업 하나를 추진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의 의견을 듣고 현장을 살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곳에 예산을 마련해야 하고 중앙정부 및 경기도와의 협력도 뒤따라야 한다.
정책을 발표하는 것보다 실제 결과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지방행정이 직면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는 한계가 있다.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주요 현안들은 중앙정부 정책이나 경기도의 지원, 지역 기업과 시민사회의 참여 등이 함께 움직여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성 시장이 “서두르기보다 성실하게 한 걸음씩 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속도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필요한 일을 찾아 해결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면서 도시의 변화를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이천은 도자문화로 널리 알려진 도시다. 따라서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이천의 문화적 정체성을 국내외에 보여주는 무대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중요한 것은 문화적 자산을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어떻게 연결하느냐다.성 시장이 ‘문화와 산업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도 주목할 부분이다.
문화는 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업은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고 도시의 경제적 기반을 형성한다. 두 분야가 별개의 영역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될 경우 도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의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
도자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도자는 전통문화인 동시에 산업이며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세계 각국 작가와 관람객이 찾는 국제행사로 확장되면 도시 브랜드를 외부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처럼 세계 77개국 13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행사는 이천이라는 도시를 국제 문화교류의 무대로 보여줄 기회가 된다.
문제는 행사가 끝난 이후다. 45일간의 축제를 일회성 행사로 끝낼 것인지, 이천의 문화·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연결할 것인지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후속 노력에 달려 있다.
비엔날레의 성과를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시민과 지역 경제가 체감할 수 있는 효과로 이어가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수 있다.
성 시장이 말하는 ‘함께성장’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 우선 행정기관 간 협력이다. 이천시가 독자적으로 도시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 및 중앙정부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방정부가 대규모 사업과 사회복지, 산업 육성, 교통·인프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역·중앙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기업과 시민의 연결이다. 기업 유치가 도시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의 성장이 시민의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지역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반대로 기업 활동과 일자리, 지역경제, 시민 생활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경우 산업 발전의 효과가 도시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세 번째는 세대 간 연결이다. 성 시장은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과 지역 어르신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도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어르신은 오랜 경험과 지역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어느 한 세대를 중심으로 도시 정책을 설계하기보다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함께성장’의 또 다른 축이라는 의미다.
성 시장에게 이번 비엔날레 개막일은 이런 의미에서 특별한 하루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통합돌봄을 받는 어르신을 찾은 데 이어 비엔날레 개막식에서도 함께했다. 복지 현장과 국제 문화행사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하루에 두 차례 도지사와 만난 것이다.
한쪽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시민의 삶을 살폈고, 다른 한쪽에서는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모인 문화 현장을 찾았다. 복지와 문화, 시민의 일상과 도시 브랜드는 언뜻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 시장이 강조한 ‘함께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두 도시의 미래를 구성하는 요소다.
성 시장이 제시한 도시의 최종적인 모습은 ‘미래가 모이는 도시 이천’이라는 표현에 집약돼 있다. 그리고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를 첫 번째로 언급했다.
기업이 유입되면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 창출의 기반도 넓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유치 자체만으로 도시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는 없다. 기업 활동이 지역 고용과 소비, 상권 등 지역경제 전반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이어 ‘일자리가 생기는 도시’를 강조했다.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느냐는 청년층의 정착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다. 아무리 생활환경이 좋아도 일자리가 부족하면 젊은 세대가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과 일자리, 청년은 서로 연결된 도시정책의 축이라고 볼 수 있다. 성 시장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이야기했다.
청년이 머문다는 것은 단순한 인구 증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자리와 주거, 문화, 교육, 생활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아이들이 꿈을 꾸는 도시’와 ‘문화와 사람이 모이는 도시’라는 목표를 더했다.
기업과 산업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문화와 삶의 질을 높여 사람이 지속적으로 머물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만드는 것이다. 성 시장 역시 “그 길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도시 발전이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보여준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확대, 청년 정착, 문화 활성화, 돌봄과 복지 강화 등은 각각 복잡한 정책 과제다. 어느 하나만 해결한다고 전체 도시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함께성장’이 실질적인 시정 철학으로 자리 잡으려면 앞으로 각각의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에게는 선언보다 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업 유치가 실제 고용으로 이어졌는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됐는지, 문화행사가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등을 구체적인 결과로 보여주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성 시장이 말하는 ‘함께성장’을 시험하는 하나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와 관광, 지역경제와 시민 참여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비엔날레는 45일 뒤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천이 얻어야 할 것은 행사 기간의 관람객이나 관심만은 아닐 것이다. 도자라는 오랜 문화자산을 새로운 도시 경쟁력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관광과 산업, 지역경제로 연결하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내외 작가 및 문화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이 다시 이천을 찾도록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도 향후 살펴볼 대목이다.
시민 참여 역시 중요하다. 도시 브랜드는 행정기관이 만들어 붙이는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도시의 변화에 참여하고 그 효과를 생활 속에서 체감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힘을 갖는다.
성 시장이 시민의 의견을 듣고 현장을 살피겠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흙이 만들고 사람이 빚고 시간이 완성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땅이 만든다’는 결국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흙과 불이 있다고 바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정성을 들여 빚고 불 속에서 변화를 거친 뒤 충분한 시간을 견뎌야 하나의 도자기가 세상에 나온다.
성 시장은 이 과정을 이천의 미래와 연결했다. 도시 역시 시장 한 사람이나 행정기관 하나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민과 기업, 청년과 어르신, 문화와 산업, 이천시와 경기도·중앙정부가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각각의 주체가 제 역할을 하면서 시간이 축적돼야 도시의 변화도 완성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성 시장은 “오늘 할 일을 제대로 하고 내일 해야 할 일을 준비하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또 “땅이 만들고 사람이 빚고 시간이 완성하듯 이천의 미래도 시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이제 45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77개국 1300여 명의 작가가 흙과 불, 자연과 시간을 통해 저마다의 작품을 보여준다. 그 무대의 한가운데 선 이천도 또 다른 작품을 빚고 있다.
그 작품의 이름은 ‘도시의 미래’다. 기업이 찾아오고 일자리가 생기며 청년이 머무는 도시, 아이들이 꿈을 꾸고 문화와 사람이 모이는 도시. 성 시장이 내건 ‘미래가 모이는 도시 이천’이 실제 시민의 삶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는 앞으로의 시정과 그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도자기가 가마를 나와야 비로소 작품으로 평가받듯 도시정책 역시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가 던진 ‘땅이 만든다’는 화두와 성수석 시장의 ‘함께성장’이 만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흙이 바탕을 만들고, 사람이 빚으며, 시간이 완성한다. 이천이 그리는 미래도 이제 그 긴 시간의 가마에 들어섰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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