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방의회의 실질적인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광역의회 간 연대가 충북권과 호남권을 거쳐 영남권까지 넓어지면서,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을 별도의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층 커지고 있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은 31일 대구광역시의회를 방문해 임인환 의장과 회동하고 지방의회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의장은 지방의회가 지역과 소속을 떠나 공통된 제도적 한계에 놓여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의회 간 교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논의의 지리적 범위가 수도권과 충북권, 호남권에 이어 영남권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의 독립성 강화라는 공동 과제를 중심으로 전국 광역의회가 하나의 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경기도의회와 대구시의회는 지방의회법 제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데 공감했다. 지방분권이 선언이나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두 의회는 앞으로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를 중심으로 긴밀한 협력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전국 광역의회가 공통으로 요구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협의회의 공식 과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회 입법 논의와 정부의 제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공동 대응의 수위도 높여 나가기로 했다.
지방의회는 지역 주민의 대표기관이자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과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이다. 집행기관의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맡는다. 주민 생활과 직결된 조례를 만들고 지역의 이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 역시 지방의회의 핵심 기능이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역할이 커진 것과 비교하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지방의회 안팎의 지적이다. 지방행정의 범위와 복잡성은 확대됐지만, 지방의회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집행기관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조직·인력·운영 체계는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의 구성과 운영, 조직과 권한 등을 별도의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지방의회의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지방의회에 특화된 법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방의회법 제정 요구의 핵심은 권한 확대 자체에만 있지 않다. 지방의회가 주민을 대신해 집행기관을 충실히 감시하고,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갖추자는 데 무게가 실린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체장과 집행기관에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를 보완하고, 지방의회가 이에 상응하는 견제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결과적으로 주민의 알 권리와 참여권을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는 논리다.
경기도의회와 대구시의회가 이번 회동에서 ‘실질적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방의회의 위상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책임정치와 견제·균형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법 제정 논의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남 의장의 대구 방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가 특정 지역의 요구를 넘어 전국적인 공동 의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회가 처한 상황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수도권은 급격한 인구 증가와 광역교통, 주택, 도시개발 등의 현안을 안고 있다.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산업 기반 약화, 지역 간 격차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주민의 요구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집행기관을 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제도적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광역의회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남 의장이 수도권을 넘어 충북권과 호남권, 영남권으로 연대의 범위를 넓혀 온 것도 지역별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공통분모를 만들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개별 의회가 따로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는 국회와 정부의 입법·정책 결정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전국 광역의회의 요구를 하나로 모아 제도 개선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구시의회와의 협력은 영남권과의 공조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지역과 정치적 소속을 넘어 지방의회의 제도적 한계를 공동으로 해결한다는 명분이 분명해질수록 지방의회법 제정 요구의 설득력도 커질 수 있다.
남 의장은 이날 “소속과 지역은 달라도 지방의회가 처한 제도적 한계는 다르지 않다”며 “이번 대구 방문을 통해 지방의회법 제정이 전국 광역의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를 정당이나 지역 간 경쟁의 문제가 아닌 지방자치제도의 완성을 위한 공동 과제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방의회가 서로 다른 정치적 환경에서도 공통된 제도 개선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연대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국 광역의회의 연대를 실질적인 입법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요구 사항을 구체화하고 이를 하나의 안으로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와 대구시의회는 협의회를 중심으로 협력체계를 가동하고 지방의회법 제정을 공식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각 의회가 개별적으로 건의문이나 결의안을 내는 수준에서 나아가, 전국 광역의회의 공통 요구를 정리해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남 의장은 “전국 광역의회가 공통으로 요구하는 내용을 구체화해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의 공식 과제로 추진하고, 지방의회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공통 요구의 구체화’는 앞으로의 논의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를 실제 법률 조항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세부 쟁점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에 어떤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것인지,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함께 높일 것인지, 지역별 규모와 여건의 차이는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 등을 두고 충분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전국 광역의회가 일관된 목소리를 내려면 각 의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공동 건의와 국회 방문, 정부와의 협의 등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마련돼야 연대가 실제 입법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의회법 제정 움직임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와 함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조직과 인력, 운영의 자율성이 확대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의 의사결정 과정과 예산 사용, 정책 검토 과정이 주민에게 더욱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의정활동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도 뒷받침돼야 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의 최종 목적은 의회 자체의 권한을 넓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야 한다. 지방의회의 전문성이 높아져 조례와 예산 심사가 충실해지고,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 행정의 낭비와 오류를 줄일 수 있을 때 법 제정의 필요성도 주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전국 광역의회가 공동 요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회의 독립성뿐 아니라 윤리성과 책임성, 주민 참여 확대 방안까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권한과 책임을 균형 있게 설계해야 지방의회법이 지방자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제도적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남 의장의 이번 대구 방문으로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광역의회 간 공조는 수도권과 충북권, 호남권에 이어 영남권까지 외연을 넓히게 됐다. 전국적인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다만 지역 간 연대의 확대가 곧바로 법 제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와 정부가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설득하고, 지방의회가 요구하는 핵심 내용을 명확한 법안과 정책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전국 광역의회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내부 조정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관건은 연대를 얼마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느냐에 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공식 과제로 채택한 뒤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어떤 협의 구조를 만들 것인지, 공동 대응의 일정과 방식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는 지방의회의 권한을 늘리는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단체장 중심의 지방행정에서 벗어나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의 한 축으로 기능하도록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수도권에서 영남권까지 이어진 연대는 지방의회가 제도적 한계를 공동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지역과 소속을 뛰어넘은 공감대를 국회의 입법과 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경기도의회와 대구시의회의 만남을 계기로 전국 광역의회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지방의회법이 오랜 논의를 넘어 실제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