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취락지역에 대한 정비사업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수년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온 주민들의 숙원이 해결될 전망이다.
정부가 공공주택지구와 인접한 해제취락의 용도지역 상향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경기도 내 30개 해제취락에서 약 2만 호 규모의 신규 주택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규제 개선을 넘어 장기간 개발에서 소외됐던 지역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개발제한구역의 조정을 위한 도시·군관리계획 변경안 수립지침’을 개정해 지난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공동주택지구와 연접한 해제취락의 정비사업 추진 요건을 대폭 완화한 데 있다. 기존에는 공공주택지구가 완전히 준공된 이후에만 가능했던 용도지역 상향이 앞으로는 공공주택지구 착공만으로도 가능해졌다.
해제취락은 과거 개발제한구역 내에 존재하던 자연마을 가운데 일정 규모 이상이 돼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지역을 말한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 이후에도 각종 개발 규제가 상당 부분 유지되면서 주민들은 실질적인 개발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용도지역 제한이었다. 이들 지역은 저층 주택 위주의 개발만 가능해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거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주민들은 보다 효율적인 토지 이용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용도지역 상향을 원했지만, 관련 규정은 지나치게 엄격했다.
실제로 해제취락 주민들은 인근에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마을은 낙후된 상태로 남겨지는 현실을 감내해야 했다. 신도시 조성으로 주변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지만 정작 기존 마을 주민들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노후 주택에서 생활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진 것이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는 부분은 용도지역 상향 시점이다. 기존에는 인접한 공공주택지구가 준공된 이후에야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했다. 그러나 공공주택지구 사업은 통상 지구 지정부터 준공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주민들은 장기간 사업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새 제도는 공공주택지구 공사가 실제 착공되는 시점부터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사업 기간을 수년 이상 단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곳이 부천 대장지구 인근 대장안 해제취락이다. 부천 대장 공공주택지구는 2020년 5월 지구 지정 이후 2023년 8월 착공에 들어갔다. 기존 제도였다면 주민들은 신도시 준공 시점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개정 지침에 따라 즉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기도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도내 12개 시·군, 17개 공공주택지구와 인접한 30개 해제취락 약 285만㎡ 규모 지역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는 주택공급 확대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경기도는 주민 동의와 행정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대상 지역에서 약 2만161호의 신규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중소도시 하나의 주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진 해제취락을 활용한 주택 공급은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주변 기존 마을을 함께 정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신도시와 낙후된 취락이 공존하면서 도시 경관의 불균형이 발생했지만 앞으로는 보다 체계적인 도시 정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개정은 대규모 정비사업뿐 아니라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해제취락에서는 도시개발사업이나 재건축·재개발 중심의 사업만 가능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았다. 주민 동의율 확보가 어렵고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은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율주택정비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새롭게 허용했다. 주민들이 개별 또는 소규모 단위로 주택을 개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는 마을 특성과 주민 의사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정비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이 어려운 지역도 단계적인 환경 개선이 가능해지면서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구역 분할 정비 허용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하나의 마을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제한됐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사업에 반대하거나 특정 구역의 사업성이 부족할 경우 전체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개정 지침은 15m 이상 도로, 철도, 하천 등으로 물리적으로 구분된 지역의 경우 구역을 나누어 단계별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고양 삼송취락은 도로로 마을이 분리돼 있고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2~3개 구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사업 추진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이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줄이고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한 행정절차 완화를 넘어 도시정책의 방향 전환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그동안 개발제한구역 해제 정책은 신도시 공급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기존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은 기존 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정책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또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노후 주거지 정비, 주민 재산권 보호,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여러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도는 향후에도 중앙정부와 협의를 통해 해제취락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규제 완화가 실제 사업 추진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도 해제취락은 단순한 노후 주거지를 넘어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아울러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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