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수도권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는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하남시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주민 건강과 환경권 우려가 핵심이지만, 이 문제는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전력 공급 안정성, 산업 활동, 그리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직결된 경제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최근 몇 년간 급증한 수도권 전력 소비를 이유로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추진해왔다. 특히 신도시 개발과 기업 입주가 확대되는 하남·송파 일대는 안정적 전력 수급 없이는 장기적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력 인프라 확충은 단순한 시설 건설이 아니라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이라며 “만약 공급 안정성이 흔들리면 기업 유치와 부동산 가치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설 추진은 주민 반대에 막혀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하남 감일지구 주민들의 반대 여론은 80%를 넘어섰으며, ‘주민 건강권’과 ‘환경 리스크’가 핵심 쟁점이다.
김상택 감일지구 총연합회 회장은 “법률·행정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진정성 있는 주민 힘을 제도권과 연결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갈등 장기화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사업 지연에 따른 추가 예산 부담, 법적 분쟁 비용, 지역사회 갈등 심화가 모두 경제적 손실로 귀결된다. 특히 한전이 부담해야 할 지연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있어, 전국민적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남시의회, 시청, 여야 정당, 주민 단체가 함께한 ‘5자 협의체’가 출범했다. 법적·행정적 대응을 병행하며 중앙정부에 공식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야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지역 민원으로 보지 않고 ‘정책 리스크’로 규정했다. 하남시의회 금광연 의장은 “주민 안전과 삶의 질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의회 차원에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변전소 증설이 단순한 행정 사업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 과제임을 보여준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 이재훈 한국에너지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력 인프라 확충은 국가 경제의 필수 과제지만, 주민 반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편익 분석이 가능하다”며 “단기적 경제성보다 장기적 신뢰와 사회적 합의 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한전이 주민 참여형 협의체 모델을 제도화한다면, 향후 인프라 사업에서 발생할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5자 협의체는 정례회의를 통해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공식적인 의견 개진에 나설 예정이다.
증설이 무산될 경우는 수도권 전력 공급망 안정성 저하, 기업 투자 위축, 부동산 가치 하락 등 장기적 경제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며, 증설이 강행될 경우는 주민 반발 장기화, 법적 소송 및 사회적 비용 증대, 한전 재정 부담 및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경제적 파급효과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지역 갈등’의 차원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정책과 지역 경제의 균형이라는 거대한 시험대로 평가된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둘러싼 하남의 갈등은 ‘경제적 필요’와 ‘사회적 합의’라는 두 축의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 협의체 출범은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시도이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향후 다른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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