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장마전선이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정체되면서 전국 각지에 막대한 수해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침수와 산사태로 인명 피해까지 이어졌고, 복구 작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흥시는 예년보다 적은 강수량에 비교적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고, 그 틈을 타 국제 스포츠 행사인 ‘WSL(월드서프리그) 시흥 서핑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18일 오후,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흥시는 비가 그쳤다”고 밝히며, “전국 곳곳이 수해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국제행사인 만큼 WSL 서핑대회는 안전하게 잘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자연재해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행사를 그대로 진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WSL 서핑대회는 국제 스포츠 연맹이 주관하는 세계적인 대회로, 올해 시흥시는 국내 유치에 성공하며 지역 홍보와 관광 활성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특히, 시흥시 정왕동 인근 해양레저 복합단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국내외 서핑 인구 증가와 맞물려 관광산업 확대의 기회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대회를 앞둔 7월 중순, 중부권을 중심으로 연일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행사 강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시민 안전과 수해 대응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수개월 전부터 준비된 국제행사를 중단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에 대해 시흥시는 기상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실시간 안전 점검 체계를 강화한 상태에서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임 시장은 “안전을 전제로 한 진행”임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주요 해양안전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실시간 파고 관측, 의료·소방 인력 배치 등 다층적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요 결정 사항을 SNS를 통해 직접 밝히는 방식은 임병택 시장의 소통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간 시흥시는 재난 상황, 시정 현안, 행사 계획 등에 있어 신속한 정보 공유를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해왔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 기간 동안에도 임 시장은 수시로 시흥시의 기상 및 피해 상황을 업데이트하며 시민들과의 실시간 소통에 집중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지금 시점에서 시흥시는 안전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불안 확산을 막고, 동시에 전국적인 재해 상황에 대한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이러한 방식은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동시에, 행정의 유연성과 민감성을 보여주는 소통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SNS는 단순 홍보 수단을 넘어 재난관리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흥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지역경제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국제행사는 필요하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또 다른 일부 시민은 “전국이 비상상황인데 굳이 대회를 강행해야 했느냐”는 아쉬움을 표했다.
시흥시 정왕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행사를 보러 온 외국인 서퍼들이 지역 상권을 방문하면서 상인들 입장에선 호재”라고 전했다. 반면 목감동의 또 다른 시민은 “수해로 고통받는 다른 지역을 생각하면 행사를 축소하거나 유보하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현장 점검과 안전 확보를 전제로 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시민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향후 행사 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울러 기후 위기 시대에 접어든 지금, 지방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한 ‘행사 개최’ 여부를 넘어서, 위기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어떤 방식으로 시민과 소통하며 안전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리더십의 지표가 되고 있다.
임병택 시장의 SNS 메시지는 단순한 문장이 아닌, 지역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행정 철학이었다. ‘위로’, ‘책임’, ‘진행’이라는 세 단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선택이야말로 오늘날 지방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