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내 학교 급식실이 또다시 ‘안전 사각지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급식종사자들의 폐암 산업재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대대적인 환기설비 개선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음과 환기 불균형, 운영 불편 등 새로운 문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의회가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서며 ‘실효성 있는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가 구성한 ‘학교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3월 16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TF는 단순한 제도 검토를 넘어 실제 학교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급식실 환경 개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유해물질, 고온 환경은 급식종사자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해 왔다. 특히 폐암 산재 인정 사례가 이어지며 급식실은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 공간으로 지목됐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2,480개 조리학교를 대상으로 오는 2033년까지 환기설비를 전면 개선하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설치’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음 문제다. 강력한 환기 장비가 가동되면서 조리 환경이 시끄러워졌고, 이는 장시간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또 급기(공기 유입)와 배기(공기 배출)의 균형이 맞지 않아 연기와 열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는 사례도 보고됐다. 환기설비가 있음에도 실제 체감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형식적 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출범한 TF는 ‘현장 중심 점검’을 핵심 원칙으로 내세웠다. TF는 경기도의회 의원과 외부 전문가, 교육청 관계자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장윤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활동을 총괄하고, 여러 도의원들이 현장 점검에 직접 참여한다.
이들은 3월부터 4월까지 약 두 달간 경기도형 환기설비가 설치된 124개 학교를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실시한다. 점검은 북부·남부·서부·동부 등 권역별로 나뉘어 진행되며, 급식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주로 오후 시간대를 활용한다.
특히 이번 점검은 단순한 시설 확인을 넘어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급식종사자와 학교 관계자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기술 전문가 자문을 통해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급식실 환경 문제는 단지 종사자의 노동 환경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급식 안전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공공 안전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실내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학생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장윤정 의원은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은 종사자의 건강뿐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한 급식 환경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현장의 실제 사용 환경을 면밀히 점검해 실질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급식실 개선 정책은 ‘얼마나 많이 설치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환기설비는 건축 구조, 조리 방식, 인력 배치 등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일률적인 설계 기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TF가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안을 도출할 경우, 향후 전국 단위 급식실 환경 개선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TF는 현장 점검 결과를 토대로 환기설비 운영 개선 방안과 제도 보완 사항을 정리해 4월 중 교육기획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급식실 개선 대책이 발표됐지만, 현장 체감도가 낮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TF가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정책에 반영하고, 이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급식실은 하루 세 끼 중 한 끼를 책임지는 공간이자, 수많은 노동자가 장시간 머무는 작업장이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아닌, 안전과 건강이 보장된 공간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