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안양시 만안구 안양대교에서 박석교 사이 안양천변 인도는 오랫동안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진 구간이다. 인도 폭이 지나치게 좁아 유모차나 휠체어 한 대조차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끼리 마주치면 한쪽이 멈추거나 몸을 비켜야 하고, 일부 구간에서는 안전한 통행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호소다.
단순히 불편한 정도를 넘어 보행 약자의 이동권과 안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해당 구간이 국가하천 구역에 포함돼 있는 데다 주차장 진입로와 각종 시설물이 맞물려 있어 인도를 확장하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주민들의 오랜 요구와 현실적인 행정·시설상의 제약 사이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의회 최경순 의원은 7월 15일 경기도의회 안양상담소에서 안양시 관계자들과 만나 안양천변 인도 확장을 위한 기본 협의를 진행했다. 이날 논의는 장기간 이어진 주민 민원을 다시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해결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만안구 안양대교에서 박석교 사이 안양천변 가운데 안양2동과 박달동 방향 구간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일부 인도는 폭이 지나치게 좁아 정상적인 보행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 성인 한 명이 걷는 데도 불편하고,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주민은 통행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하천변 보행로는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인근 주민들이 생활권 안에서 이동할 때 이용하는 보행 통로이자 운동과 휴식을 위한 생활 기반시설이다. 최근에는 건강관리와 여가 활동을 위해 하천변을 찾는 시민도 늘면서 안전하고 연속성 있는 보행환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보행 공간의 폭이 충분하지 않으면 이용자 간 충돌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자전거 또는 개인형 이동장치가 통행하는 경우에는 보행자가 체감하는 위험도 더 높아진다.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 유아를 동반한 보호자에게 좁은 인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이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이 인도 확장을 지속해서 요구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천변 공간이 시민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라면 보행 약자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주민들은 현재의 인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데크 설치를 비롯한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인도를 넓히기까지는 여러 행정 절차와 물리적 제약을 넘어야 한다. 해당 지역은 국가하천 구역에 속한다. 하천 쪽으로 데크를 설치하는 등 구조물을 조성하려면 한강유역환경청과의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자체 판단만으로 공사를 추진할 수 없는 구조다.
국가하천에서는 홍수 예방과 치수 안전, 하천 유지관리, 생태환경 보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보행 편의를 높이기 위한 시설이라 하더라도 하천 흐름이나 관리 작업에 지장을 주는지, 집중호우 때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인도 확장을 위한 데크 설치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것과 함께 관계기관의 승인과 협조를 끌어내는 절차가 중요하다.
현장에 설치된 기존 시설물도 과제로 꼽힌다. 안양시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구간에는 안양천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진입로와 각종 시설물이 자리 잡고 있다. 하천 쪽에 데크를 설치하더라도 이들 시설 때문에 인도가 중간중간 끊길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보행로는 일부 구간만 넓히는 것보다 전체 동선이 끊기지 않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 폭을 넓혀도 중간에 좁아지거나 단절되는 구간이 남는다면 보행 약자의 통행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데크의 구조와 높이, 진입로 연결 방식, 안전 난간 설치, 기존 시설물과의 간섭 여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최경순 의원은 여러 제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랜 주민 민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면 그 이유를 주민에게 책임 있게 설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최 의원은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음에도 오랫동안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다면 이에 대해 책임 있게 설명하는 동시에 최대한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지방의원과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관계기관과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관계기관, 지역구 시의원과 협의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가능한 부분뿐 아니라 제한점까지 모두 주민들과 공유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는 사업 가능성만을 강조하기보다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한계와 대안까지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민 민원이 장기간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행정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검토 과정과 결과를 지속해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숙의 과정에서는 주민이 실제로 겪는 불편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통행이 특히 어려운 시간대와 지점,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자가 마주하는 장애 요소,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효과적인 개선안이 나올 수 있다.
지역구 곽동윤 안양시의원도 단기간에 민원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시민들과 대안을 찾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이 민원은 한 번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며 풀어야 하는 과제”라며 앞으로 안양시와 지속해서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기도의원과 안양시의원, 안양시 관계자가 함께 논의에 나섰다는 점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강유역환경청을 비롯한 관계기관과의 협의, 현장 조사, 설계 가능성 검토, 재원 확보 등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인도 폭과 시설물의 위치, 주차장 진입 동선 등을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전체 구간을 한꺼번에 확장하기 어렵다면 통행이 가장 불편하고 위험한 구간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데크 설치가 어려운 곳에서는 기존 시설물 조정이나 보행 동선 변경 등 다른 대안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할 때도 단순한 찬반 조사를 넘어 이용자별 요구를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일반 보행자뿐 아니라 장애인, 노인, 어린이 동반 가족 등 보행 약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절차가 요구된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주민의 보행권을 보장하면서도 국가하천의 안전과 관리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데 있다.
안양천은 시민들의 산책과 운동, 휴식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생활공간이다. 하천 정비 역시 단순히 경관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행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고령화와 보행 약자 증가를 고려하면 인도의 폭과 연결성, 접근성은 도시 기반시설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반면 하천 공간에 새로운 시설을 설치할 때는 집중호우와 침수 가능성, 구조물 안전, 유지관리 비용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주민 편의를 앞세워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해서도 안 되지만, 규정과 제약을 이유로 논의 자체를 멈추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관계기관이 현장 여건을 함께 확인하고 가능한 대안을 단계별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데크 설치가 가능한 구간과 어려운 구간을 구분하고, 보행로가 끊기는 지점에는 별도의 연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그 근거를 주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번 협의는 오랫동안 반복돼 온 민원을 공식적인 정책 과제로 전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한 차례 회의만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관계기관 협의와 기술 검토, 주민 의견 수렴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진행되는지가 관건이다.
경기도의회 안양상담소의 역할도 주목된다. 안양상담소는 지역 주민의 생활 민원과 정책 제안을 접수하고, 지방의원과 관계기관을 연결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제기된 불편을 행정기관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결 과정과 후속 조치까지 점검해야 주민 체감형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양천변의 좁은 인도 문제는 작은 생활 민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보행 안전과 이동권, 행정기관 간 협력, 국가하천 관리라는 여러 과제가 얽혀 있다. 유모차와 휠체어도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느냐는 도시가 시민의 일상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검토한다는 답변의 반복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어려우며,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행정이다. 이번 협의가 오랜 민원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고, 실행 가능한 개선안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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