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북부의 대표 산업인 섬유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정책 불균형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존립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차질, 염료 수급 문제까지 겹치며 산업 전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산업 존속을 좌우할 분수령”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월 18일 경기 양주시 한국섬유소재연구원에서 열린 간담회는 이러한 위기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경기도의회 이영주 의원 주도로 마련된 이날 자리에는 경기도 경제실과 연구기관,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현장을 둘러본 참석자들은 경기북부 섬유산업이 처한 현실을 ‘복합위기’로 규정했다.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공급망·에너지·원자재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संकट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염색가공 공정의 핵심 원료인 염료의 수입 차질은 산업 전반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글로벌 물류 불안은 섬유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불확실성 확대는 물론, 주요 화학제품의 수입 차질까지 이어지면서 생산 공정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염색가공 산업은 염료 수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들은 “염료 공급이 끊기면 생산라인 전체가 멈출 수밖에 없다”며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존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영주 의원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현재 상황은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지역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기존의 가격 경쟁력 중심 구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원자재 확보와 물류 안정성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문제는 외부 요인만이 아니다. 경기북부 섬유산업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내부 요인으로 ‘정책 편중’이 지목된다.
이 의원은 “경기북부는 대한민국 섬유 생산의 핵심 축임에도 불구하고 산업혁신 정책과 예산이 경기남부 첨단산업 중심으로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약 4,000억 원 규모의 산업혁신기반 구축사업이 모두 경기남부에 투입됐고, 섬유산업에는 단 한 건도 배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산업 입지와 정책 지원 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섬유산업은 경기북부에 집적돼 있지만,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 등 핵심 지원은 남부에 집중되면서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산업 구조 개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철환 한국섬유소재연구원장은 “경기북부 섬유산업은 높은 집적도와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산업 전환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공정 고도화와 공동 인프라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자동화, 친환경 공정,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 등으로의 전환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전환은 기업 개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연구개발 인프라, 인력 양성, 금융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경기도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박노극 경기도 경제실장은 “국제 정세 변화와 공급망 불안이 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엄중히 보고 있다”며 “경기북부 섬유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비 확보와 정책 지원 확대를 통해 균형 있는 산업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보다 속도감 있는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검토 단계에 머물 시간이 없다”며 “즉각적인 금융 지원과 원자재 수급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타이밍’이다. 산업 구조 전환과 정책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느냐에 따라 경기북부 섬유산업의 미래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주 의원은 “지금은 산업 구조 전환의 결정적 시기로,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기도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회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과 예산 확보를 통해 끝까지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북부 섬유산업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공급망 충격이라는 외부 변수와 정책 불균형이라는 내부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단기 처방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동반한다. 그러나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 전환과 신속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이 바로 경기북부 섬유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이라는 점에서, 향후 경기도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