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장애아동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하면서 지방자치 차원의 복지정책 강화가 주목받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개정안'은 모든 광역지자체에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당 법률을 뒷받침할 자치법규를 갖춘 지방정부는 단 한 곳도 없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만식 의원이 직접 나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전국 지방정부의 ‘선도 모델’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12일 성남상담소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경기복지재단 관계자, 복지거버넌스 위원 등이 참석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장애아동에 국한하지 말고 발달지연 아동과 장애위험 영유아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경기복지거버넌스 장애인복지분과장은 “이미 2022년 ‘아이발달지원센터 설치 조례’에 유사 조항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센터 설립이 지연돼 효과가 미흡하다”며 “중복과 공백을 동시에 해소하는 종합적 조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한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개정안'은 돌봄·교육·치료를 통합 지원하는 지역센터를 전국적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시행만으로는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각 지자체의 재정 상황, 기존 복지 조례와의 충돌, 실행 인프라 부족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경기도는 아예 독자적 조례를 만들어 중앙법의 틀 안에서 지역 맞춤형 정책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장애인복지분과 위원들과 함께 조례 제정 TF팀을 꾸리고 세부 조문 설계에 들어갔다. 오는 10월 15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는 축조심사 형태의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장애아동 부모, 복지단체, 학계 전문가가 참석해 조례 초안을 두고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일 전망이다.
또한 최 의원은 “탁상공론이 아닌, 당사자와 가족이 체감하는 조례를 만들겠다”며 “경기도가 전국에 확산될 수 있는 모범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조례의 제정 자체보다 실질적 이행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동복지학회 소속 한 연구원은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센터 설치, 예산 배정, 인력 충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며 “경기도가 이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설계한다면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복지 NGO 관계자는 “장애아동과 발달지연 아동은 초기 개입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원 대상과 범위를 넓히고 조기발견 체계를 포함해야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장애아동 부모 박모 씨(42)는 “지금까지는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여러 기관을 전전해야 했는데, 조례로 통합지원센터가 생긴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또 다른 보호자 이모 씨(38)는 “좋은 취지인 것은 알지만, 실제로 언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실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또 하나의 선언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장애아동 지원 조례 제정은 단순한 법률 정비를 넘어 지방정부의 복지 패러다임을 시험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실행에 옮길 경우, 향후 타 시·도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언과 제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실질적 예산·인력·시설 확보와 함께 현장 맞춤형 제도가 병행될 때 비로소 성공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만식 의원이 강조한 대로, “장애아동과 가족이 체감하는 복지정책”이 실현될 수 있을지, 올 하반기 공청회와 향후 조례 제정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