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의정부가 도시의 미래를 건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순한 주택 공급이 아닌, 도시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용현동과 신곡동 일대 약 24만 평 부지에 7천 가구가 들어서는 공공 택지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중앙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정책의 일환이지만, 의정부시는 여기에 도시 재편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덧붙였다. 김 시장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고 표현했다. 과거 개발 방식에 대한 반성과 함께다.
의정부는 오랜 기간 수도권 대표 베드타운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울과의 지리적 근접성은 장점이었지만,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는 한계로 작용했다. 주거 기능은 확대됐지만 생산 기능은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세수 기반은 취약해졌고, 양질의 일자리 역시 제한됐다. 시민들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생활 패턴에 묶였고, 지역 경제는 소비 중심 구조에 머물렀다.
문제는 개발 방식이었다. 도시 곳곳에서 진행된 이른바 ‘쪼개기 개발’은 주거 공급에는 기여했지만, 광역교통망 구축과 도시 기능 통합에는 역부족이었다. 개별 단위 개발이 반복되면서 도시 전체의 연결성은 약화됐고, 교통 인프라는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출퇴근 시간대 교통 혼잡, 생활권 단절, 기반시설 부족 문제는 시민 불편으로 직결됐다.
이번 용현 공공주택지구 개발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의정부시는 개발 전략을 세 가지 축으로 제시했다. 자족 기능 강화, 광역교통망 확대, 공간 개념 확장이다. 각각의 전략은 도시가 안고 있던 고질적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첫 번째 전략은 자족 기능이다. 기존 공공택지 개발이 주거 중심 모델에 집중했다면, 이번 사업은 산업 기능을 핵심 축으로 삼는다. 김 시장은 “아파트만이 아닌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개발 콘셉트는 ‘AI 융복합 미래혁신 자족도시’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최근 수도권 도시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는 일자리다. 주거 수요만으로는 도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 유출, 상권 침체, 재정 구조 악화 문제는 일자리 부족과 직결된다. 의정부시는 이를 구조적 리스크로 판단했다.
주목할 점은 산업 방향이다. 전통적 제조시설이 아닌, 주거와 공존 가능한 첨단 지식산업 거점 구축이다. 이는 환경 갈등을 최소화하고, 도시 이미지 전환 효과를 동시에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AI, 디지털 산업, 미래 기술 기반 기업 유치가 현실화될 경우 의정부의 산업 지형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 전략은 교통이다. 수도권 도시 경쟁력에서 교통은 절대적 변수다. 의정부시는 광역교통망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서울 출퇴근 편의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광역버스 노선 신설 계획이 대표적이다.
철도망 연계 전략도 눈에 띈다. 용현지구 인근에는 2027년 말 완공 예정인 7호선 탑석역이 자리한다. 의정부시는 이 역과의 연계 강화를 명확히 했다. 여기에 8호선 연장 사업이 승인될 경우 서울 접근성은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교통 정책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연결성 강화’다. 과거 개발이 교통 수요를 뒤따르는 구조였다면, 이번 전략은 교통을 도시 성장의 선행 조건으로 설정한다. 이는 베드타운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평가된다.
세 번째 전략은 공간 개념 확장이다. 이는 이번 개발의 가장 상징적인 변화로 꼽힌다. 의정부시는 용현 택지개발 사업에만 머물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변 지역과의 통합을 전제로 한 도시 설계다.
용현지구 인근에는 추동숲정원과 용현산단이 위치한다. 의정부시는 주거 기능, 산업 기능, 생태 공간을 연결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직주락(職住樂)’이 결합된 15분 도시 모델이다.
이는 최근 도시 계획 분야에서 주목받는 개념이다. 생활권 내에서 일자리, 주거, 여가 기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구조다. 장거리 이동 부담을 줄이고 도시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특히 교통 혼잡 완화, 지역 소비 활성화, 삶의 질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공간 전략 변화는 도시 경쟁력 재정의로 이어진다. 단순히 인구를 수용하는 도시가 아닌, 기능적으로 자립하는 도시로의 전환이다. 이는 의정부 도시 정체성 재설계와 맞닿아 있다.
김 시장은 “준비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20~30년 후 도시 모습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개발 사업을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도시 개발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산업 구조 변화, 인구 이동, 생활 패턴 재편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의정부시가 이번 개발을 도시 체질 개선의 출발점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중앙정부와의 협력 역시 핵심 변수다. 공공택지 개발, 철도망 확충, 산업 기반 조성은 지방정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의정부시는 정책 연계, 재정 협력, 제도 지원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용현 공공주택지구 개발은 단순한 부동산 정책이 아니다. 도시 전략의 시험대다. 자족 기능 확보에 성공할 경우 의정부는 베드타운 이미지를 넘어 수도권 북부 핵심 거점 도시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산업 유치, 교통 확충, 공간 통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도시는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의정부가 선택한 길은 분명하다. 아파트 중심 도시가 아닌, 일자리 중심 도시. 분절된 개발이 아닌, 연결된 도시. 단기 공급이 아닌, 장기 구조 전환. 7천 가구 공공택지 개발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의정부 도시 미래를 향한 전략적 실험이 시작됐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