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화성특례시가 시민의 일상에 한 발 더 다가선 복지 모델을 내놓았다. 지난 12월 1일 문을 연 ‘먹거리 기본보장코너’가 그것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래울푸드마켓과 행복나눔푸드마켓 두 곳에 설치된 해당 코너를 직접 방문한 소회를 전하며, “생활이 어려운 시민이 필요한 시점에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먹거리 기본보장코너는 단순한 식료품 지원 창구가 아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이 신청·심사·대기라는 행정 절차의 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생활 밀착형 복지 공간이다. 화성시는 이를 ‘복지 전달체계의 마지막 현장’이 아닌 ‘가장 앞선 접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의 뿌리는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대통령이 도입했던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에 있다. 당시 제도는 “어려울 때 그냥 가져가라”는 메시지로 복지의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성특례시는 이 모델을 지역 실정에 맞게 재구성해 ‘먹거리 기본보장코너’로 발전시켰다.
가장 큰 변화는 ‘권리 개념’의 강화다. 시는 먹거리를 일시적 시혜가 아닌, 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 생활 조건으로 접근한다. 이름부터 ‘지원’이나 ‘구호’가 아닌 ‘기본보장’으로 정한 이유다. 이는 복지를 받는 시민이 느끼는 위축감과 낙인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판단으로 읽힌다.
기존 복지제도의 가장 큰 한계는 ‘속도’였다. 소득 감소, 실직, 질병 등으로 갑작스러운 위기에 놓여도, 실제 지원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사이 시민은 냉장고를 비우고, 생활을 축소하며 버텨야 했다.
먹거리 기본보장코너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복잡한 절차 없이 필요한 물품을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긴급 복지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정명근 시장은 “복지정책을 고민할 때마다 긴급한 상황에 놓인 시민이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점을 화성형 모델의 핵심으로 꼽는다. 한 복지정책 연구자는 “속도와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한 제도는 드물다”며 “생활권 중심의 즉시 지원은 향후 전국적 확산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화성특례시의 또 다른 특징은 기부 코너 운영이다. 먹거리 기본보장코너는 일방적인 지원 구조를 넘어,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나눔 플랫폼을 지향한다. 누구나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나눔이 다시 공동체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했다.
이는 복지를 ‘행정의 영역’에서 ‘공동체의 문화’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화성시는 향후 더 많은 시민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단순히 물품을 채우는 것을 넘어, 연대와 책임의식을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먹거리 기본보장코너는 거창한 예산이나 대규모 시설 투자로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작지 않다. 복지가 ‘선별’과 ‘심사’의 언어를 벗어나, 일상의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정명근 시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누구나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화성특례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말처럼, 화성의 실험은 단순한 먹거리 지원을 넘어 도시가 시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과제도 분명하다.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 이용 대상의 명확한 기준 설정, 중복 지원 문제 등은 향후 제도 확대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동시에, 이 모델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경우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화 논의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화성특례시의 먹거리 기본보장코너는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복지는 얼마나 빨라야 하며, 얼마나 가까워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지금, 화성의 푸드마켓 한켠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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