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도시철도 정책 지형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최종 승인·고시된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용인 동백과 신봉을 잇는 도시철도 노선이 반영되면서다.
동백–신봉선은 총연장 14.7㎞, 사업비 약 1조 8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광역교통 사업이다. 용인경전철 동백역을 기점으로 신봉지구까지 연결되는 이 노선은 동·서 생활권을 관통하며 철도 소외지역의 접근성을 개선할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계획 반영이 곧 착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도시철도 사업 특성상, 타당성 확보와 재원 마련, 도시개발과의 정합성이 동시에 풀리지 않으면 ‘종이 위의 노선’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용인특례시의회에서 동백–신봉선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대응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용인특례시의회 김병민 의원은 최근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동백–신봉선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가장 먼저 비용 대비 편익(B/C) 지표 개선을 위한 선제적 설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철도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지표인 B/C는 국비·도비 확보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동백–신봉선은 GTX-A 노선과 수인분당선이 교차하는 GTX 구성역을 경유한다. 문제는 이 일대가 향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방음터널 설치 등 굵직한 국책사업과 중첩된다는 점이다. 철도 노선이 통과할 공간을 미리 확보하지 못하면, 추후 설계 변경이나 추가 공사로 사업비가 급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경기용인플랫폼시티 개발 단계에서부터 철도 통과 공간을 확보하는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시개발과 철도계획을 따로 떼어 추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초기 단계부터 교통 인프라를 전제로 한 입체적 도시계획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원 확보 문제 역시 현실적인 쟁점이다. 동백–신봉선은 당초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과정에서 도시철도망에 반영되지 않아 관련 재원 배분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사업 추진의 재정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다. 경기도와 용인시는 2023년 기본협약을 통해 경기용인플랫폼시티 개발이익금 전액을 용인시에 재투자하기로 명문화했다. 김 의원은 이 점에 주목하며, 플랫폼시티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동백–신봉선 건설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재원 충당을 넘어, 개발이익을 다시 도시의 교통 인프라로 환원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도시 성장으로 발생한 이익이 다시 시민의 이동권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백–신봉선의 또 다른 과제는 타당성 지표의 하락이다. 2020년 용인시 자체 용역에서는 B/C가 0.92로 비교적 양호하게 도출됐지만, 2023년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용역에서는 0.79로 낮아졌다. 이 수치는 사업성 확보를 위한 추가 전략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현재 중단된 ‘용인 신규 철도망 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을 재개해 동백–신봉선과 연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단일 노선으로 접근하기보다, 주변 노선과의 연결성을 강화해 수요를 키워야 B/C 개선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동천(신분당선)–죽전–마북–동백을 잇는 연계 구상은 주목된다. 이 축은 마북연구단지, 플랫폼시티, 단국대 등을 포괄하는 구간으로, 연구·산업·대학이 결합된 첨단 클러스터 형성이 가능하다. 교통망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도시 성장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동백–신봉선 논의는 단순한 노선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증가와 생활권 확장에 비해 철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용인시의 구조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도로 중심의 교통 체계로는 더 이상 도시 확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도시철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력이다. 계획 수립 이후 행정 절차가 지연되거나, 정권·정책 변화에 따라 우선순위가 밀릴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특히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서 지자체와 경기도, 중앙정부 간의 긴밀한 공조가 요구된다.
동백–신봉선은 용인의 교통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사업이다. 계획 반영이라는 첫 관문을 넘은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행정과 흔들림 없는 정책 일관성이다. 도시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어디로,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동백–신봉선이 용인의 다음 10년을 여는 철도가 될 수 있을지, 이제 실행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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