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중첩 규제로 ‘산업의 불모지’로 불리던 남양주가 불과 1년 만에 대한민국 대표 AI·디지털 산업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이 연말 송년사를 통해 밝힌 2025년 남양주시정의 성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전환’이다. 산업 구조, 교통 체계, 도시 정체성, 그리고 시민과 행정의 관계까지, 남양주는 전면적인 체질 변화를 시도했다. ‘슈퍼성장시대’와 ‘100만 메가시티’를 향한 남양주의 도전은 이제 선언이 아닌 수치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은 남양주시 출범 30주년이자,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언된 해다. 시정의 핵심 축은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다. 약 120만㎡ 규모로 조성될 이 공간은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AI·디지털 기반 미래산업의 집적지로 설계됐다.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의 ‘디지털 유니버스’를 시작으로, 올해 6월 카카오 ‘디지털 허브’, 12월 신한금융그룹의 ‘AI 인피니티센터’ 유치까지 이어지며 남양주는 1년 만에 총 2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는 수도권 외곽 지자체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이들 앵커기업이 모두 가동되면 AI 데이터센터, 연구개발(R&D), 업무시설이 집적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시가 추산한 경제효과는 부가가치 약 1조5천억 원, 고용유발 1만1천 명 수준이다. ‘자족도시’로의 전환을 수치로 입증하는 대목이다.
산·학·연 협력도 병행됐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서울과학기술대 등과의 협약을 통해 AI, 바이오, 로봇,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친 협력 생태계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로 묶여 있던 도시가 혁신 기업을 끌어들이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 대전환의 또 다른 전제는 교통이다. 2025년 남양주는 ‘제2의 교통혁명’에 본격 착수했다. 5월 1일 마석~상봉 셔틀열차가 정식 개통되며 출퇴근 시간대 이동 부담이 크게 줄었고, GTX-B 노선도 착공에 들어갔다.
여기에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퇴계원IC~판교 구간 지하화, 동호평IC~제2경춘국도 연결 민자사업까지 가시화되며 철도와 도로를 아우르는 광역교통망의 윤곽이 잡혔다.
현재 남양주는 5개 전철 노선과 5개 GTX 노선을 축으로, 왕숙 등 신도시 교통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시는 이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교통 허브 도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교통 인프라 확충은 산업 유치와 인구 증가를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도시 경쟁력의 또 다른 축은 ‘사람’이다. 남양주시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정책에 행정 역량을 집중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정약용 보육과정’을 280여 개 어린이집으로 확대하고, 정약용 인재육성 캠프와 꿈꾸는 정약용 학교를 통해 지역 기반 교육 브랜드를 강화했다. 특히 왕숙2지구 ‘WE 드림파크’가 교육부 학교복합시설 공모에 선정되며 총사업비 669억 원 중 335억 원의 국비를 확보한 점은 상징적 성과로 평가된다.
청소년 정책 역시 진로교육박람회, 무한상상 캠퍼스 투어, 국내외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 중심으로 확장됐다. 청소년 복합문화공간 ‘펀그라운드’는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자리 잡았다.
청년층을 위한 정책도 63개에 이른다. 취업과 창업, 도전과 휴식을 균형 있게 지원하는 남양주형 정책은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장기 목표와 맞닿아 있다.
복지 분야에서는 보육사업발전 국무총리상, 노인일자리 전국 대상 수상 등 가시적 성과와 함께 ‘고립 없는 도시’를 표방하는 지역 안전망을 구축해 왔다.
2025년은 남양주가 ‘정약용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완성한 해이기도 하다. 정약용 브랜드 백서 발간, 새 영정과 동상 제막을 계기로 실사구시와 공렴의 정신은 행정과 도시 디자인 전반에 반영됐다.
새롭게 문을 연 ‘남양주 궁집’, 도심공원 조성, 맨발걷기길 확충, 정원문화박람회 개최는 남양주를 ‘도심 속 힐링 도시’로 부각시켰다. 남양주문화재단 출범 역시 문화가 일상이 되는 도시로 가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변화는 외부 평가로도 이어졌다. 남양주는 2025년 11월 ‘한국공공브랜드대상’ 도시브랜드 부문 대상과 자치단체장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공식 인정받았다.
환경과 안전 정책도 빠지지 않는다. 남양주시는 탄소중립 전략을 기반으로 수소도시 조성과 그린수소 생산체계를 추진 중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전략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다.
불암산 일대 40년간 방치됐던 불법건축물 55채를 철거하고 약 300톤의 폐기물을 처리한 사업은 산불 위험 해소와 자연 회복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거뒀다.
어린이 안전 분야에서는 등하굣길 안전 특별대책과 144회의 아동안전 캠페인을 통해 ‘아이 한 명의 안전이 도시 전체의 안전’이라는 원칙을 실천해 왔다.
행정 소통 측면에서도 성과는 분명하다. 행정안전부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6년 연속 상위 10%,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 평가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은 ‘시민시장 시대’를 표방한 시정 기조의 결과라는 평가다.
2025년 남양주의 성과는 분명하다. 산업과 교통, 사람과 문화, 환경과 소통까지 도시의 뼈대를 빠르게 세웠다. 그러나 과제도 남는다. 대규모 산업 유치 이후의 정주 환경 관리, 교통망 완공까지의 과도기적 불편, 급격한 성장에 따른 지역 격차 해소는 향후 시정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주광덕 시장은 송년사에서 “시민이 행복하면 남양주가 행복하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2026년 병오년을 향한 남양주의 다음 질문은 명확하다. ‘성장한 도시가 시민의 삶을 얼마나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가.’ 산업도시에서 생활도시로, 계획도시에서 체감도시로. 남양주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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