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11월22일 저녁,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대강당은 평소의 행정적 공간 모습을 벗고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약 5,000개의 LED 촛불이 무대 및 객석 곳곳을 환히 채우며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경기교육 가족을 위해 마련된 ‘캔들라이트 콘서트’가 열린 현장이다. 이날 행사에는 도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총 700명이 참석했다. 단순한 공연이 아닌 교육 공동체가 한 자리에 모여 ‘함께 경험하는 문화’에 방점을 둔 프로그램이었다.
행사가 끝난 직후, 객석에서는 “교육기관이 이런 공연을 열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단순한 감상형 공연을 넘어 교육청의 물리적 공간을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번 공연은 현악 4중주가 중심이 됐다.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담백함이 촛불의 따뜻한 색감과 조화를 이루었다.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OST, 클래식 등 다양한 연령대가 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곡으로 구성됐다.
가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영화 ‘인터스텔라’ 메인 테마곡 등이 연주되자 어린 학생부터 부모 세대까지 동시에 반응했다. 손을 모은 채 음악을 듣는 학생, 조용히 눈을 감고 곡에 집중하는 교사, 공연 내내 미소를 띤 학부모의 모습이 어우러졌다.
이날 가장 주목할 장면은 곡의 전환과 함께 분위기가 촛불의 움직임처럼 자연스럽게 유연해졌다는 점이다. 교육 구성원이 단순히 관람객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각을 공유하는 주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행사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문화예술 참여 기반 교육 생태계 구축"의 시작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교육청 청사 내 다목적시설을 활용하고 지역 교육공동체에 개방함으로써 교육기관의 역할을 단순 행정·지원 체계에서 ‘문화적 연결자(cultural connector)’로 확대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공공 건물 문화 재활용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예술의전당, 광역예술회관처럼 기존 공연 기반시설만 활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행정기관 또한 일상의 문화접점으로 전환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정책 연구자는 “교육청이 제공하는 문화 경험은 결과적으로 학생과 시민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문화 격차 해소의 공공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현장에서 문화예술프로그램은 종종 교과 외 활동으로 분류돼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교육과 문화는 분리되지 않는다"는 관점을 실천적으로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예술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이러한 프로그램이 정례화된다면 행정기관의 새로운 모델, 즉 ‘문화 기반형 공공 교육행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지 행사를 열었다는 수준을 넘어 교육행정이 갖는 공간·정책·사람의 역할을 재설정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한 학부모는 공연장을 나서며 말했다. “아이와 같은 음악을 들으며 같은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귀한 경험이다. 그리고 교육청이 이런 장을 열어줬다는 게 고맙다.”
한편 공연을 밝힌 5,000개의 촛불은 단지 무대를 위한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경기교육 구성원의 관계를 비추는 상징이자 앞으로 확장될 공공 문화정책 방향을 표시하는 작은 이정표였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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