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파주시의회가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선 ‘리박스쿨’ 관련 도서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전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잇따라 해당 도서를 퇴출·제재하는 가운데, 파주시 역시 지역 도서관 내 소장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열람·대출 제한 등 강력한 대응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리박스쿨’은 뉴라이트 계열 단체가 제작한 역사 교육 콘텐츠다. 이들이 출간한 교재는 ▲3·15 부정선거 축소 서술 ▲4·19 혁명 유혈 진압 왜곡 ▲이승만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 왜곡 등으로 이미 국사편찬위원회 검토에서 “사실과 다른 편집과 왜곡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받았다.
특히 일부 교재는 여수·순천 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학살을 ‘암 환자 치료’에 비유하는 등 역사적 사실을 희화화하거나 편향적으로 기술해 학부모·교육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 문제는 특정 지역을 넘어 전국적 사회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리박스쿨 관련 도서 7종을 공식 폐기했고, 전남교육청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미 비치된 도서를 회수·대출 금지 조치했으며, 서울시교육청도 “반교육적”이라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 또한 장병 독서 프로그램인 ‘진중문고’ 추천도서 목록에서 해당 교재를 제외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대응에 나섰다. 안양시는 시립도서관 운영위원회를 통해 열람과 대출을 전면 중단했으며, 도민과 유족에게 사과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이는 파주시 논의가 전국적 흐름과 맞닿아 있음을 방증한다.
파주시 도서관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재 일부 공공도서관에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 전쟁 이야기', '수사기록으로 본 12·12와 5·18', '반일 종족의 역사 내란' 등 리박스쿨 관련 도서가 소장돼 있다. 일부 제한 조치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열람 가능한 경우가 있어 시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성익 시의원은 이번 5분 발언에서 세 가지 대책을 제안했다. △전수조사, △열람·대출 제한, △도서관운영위원회 활용 등이다.
현행 '도서관법' 제34조는 도서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명시하고 있어 제재 근거가 마련돼 있다. 또한 헌법은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타인의 권리·공중도덕·사회윤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한 조항도 함께 규정한다. 즉, 법적·제도적 정당성이 충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안을 단순한 도서관 운영 차원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역사 인식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대 정치외교학과 A 교수는 “역사 왜곡 교재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사실상 왜곡된 가치관을 제도적으로 묵인하는 것”이라며 “지역사회가 합의된 기준을 세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 역시 발언에서 “민주주의, 인권, 평화의 보편적 가치가 도서관 운영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독립운동가 앞에 부끄럽지 않은 시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주시의회가 제기한 리박스쿨 도서 문제는 단순히 한 도시의 현안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된 교육·사회적 논란의 연장선이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지켜내려는 노력은 결국 미래 세대의 민주 시민 교육과 직결된다. 파주시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지역사회의 신뢰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역사관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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