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로 목숨 계산할 수 없다”
[이코노미세계] 김병수 김포시장이 멈춰 선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사업을 두고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사업비 5,500억 원을 김포시가 직접 부담하겠다는 선언이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경제성’ 논쟁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 시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김포의 출퇴근길은 불편을 넘어 위험”이라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5호선 김포 연장을 위해 김포시가 5,500억 원을 직접 부담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김포시가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단순하다. 교통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문제’라는 주장이다.
김 시장은 “매일 같이 쓰러지고 숨이 막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존 광역교통망의 포화 상태를 지적했다. 실제로 김포골드라인 혼잡 문제는 수도권 교통 정책의 대표적 난제로 자리 잡았다.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혼잡은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이슈가 됐다.
김포시의 시각은 명확하다. 5호선 연장은 개발 사업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안전 인프라라는 것이다.
김 시장은 “시민의 목숨을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경제성 중심의 평가 구조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는 교통 인프라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복돼 온 구조적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포시가 부담하겠다고 밝힌 5,500억 원은 총사업비 3조 3천억 원의 약 17% 수준이다.
지방정부가 광역철도 사업에서 이 정도 규모의 재정 부담을 자발적으로 제시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포시는 해당 재원을 시 본예산 축소가 아닌 도시개발사업 개발 부담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김 시장은 “과거 골드라인 사례처럼 시 본예산을 줄여 마련한 재원이 아니다”라며 필수 행정·복지 사업 축소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개발 이익을 교통 인프라 확충에 재투자하겠다는 구조다.
김포시가 제시한 프레임을 본다면 △개발 이익의 공공 환원 △교통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 △경제성 논리의 상대화 등이다. 김포시는 그동안 정부와 수십 차례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강조한다.
김 시장은 경제성 보완, 사업 전제 조건 해소, 노선 조정안 동의 등을 언급하며 사실상 행정적 준비는 마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거론됐던 건폐장(건설폐기물 처리장) 문제 해결과 검단 지역 우회 조정안 수용은 김포시가 반복적으로 강조해 온 부분이다.
그럼에도 예타 단계에서 발목을 잡은 핵심 변수는 결국 ‘경제성’이었다. 예타는 국가 재정 사업의 기본 관문이다.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은 필수 절차다. 그러나 광역교통 사업에서는 정량적 수치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요소는 △극심한 혼잡에 따른 사회적 비용 △안전 위험 요소 △장기적 지역 경쟁력 변화, 김포시의 이번 선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이번 발표는 정책 결정 이상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시장은 “김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정부의 즉각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이는 중앙정부의 판단 구조에 대한 공개적 압박 성격을 띤다.
지방정부가 광역 인프라 사업에서 이처럼 강경한 표현을 사용하는 배경에는 지역 민심과 직결된 교통 문제가 자리한다. 수도권 외곽 도시에서 교통 인프라는 곧 부동산, 산업, 인구 구조와 맞물리는 핵심 변수다.
김포시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한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5호선 김포 연장은 여전히 예타라는 관문 앞에 서 있다. 그러나 이번 선언으로 논쟁의 축은 분명히 이동했다. 경제성의 문제인가, 안전의 문제인가. 김포의 출퇴근길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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