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회가 추진하는 ‘중도장애인 사회복귀 지원 조례’는 단순히 복지 확대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사고·질병·재해 등으로 새롭게 장애를 겪게 된 이들의 복귀 지원을 제도화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의 약 88%가 후천적 중도장애인이다. 이들 상당수는 경제활동 가능 인구였다는 점에서 노동력 상실, 의료비 지출 증가, 가족의 돌봄 부담 등 사회적 비용을 동반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도장애인이 발생했을 때 가구 소득은 평균 35% 이상 감소하고, 의료·돌봄 지출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지방정부 재정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경제학자들은 중도장애인 지원정책을 ‘예방적 투자’로 본다. 장애 발생 초기 단계에서 심리·재활·직업 교육을 제공하면 사회적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기초생활보장 등 공공부조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재장애인협회 김지석 부회장은 “사고 직후 재활 지원을 받으면 2~3년 안에 재취업률이 40% 이상 높아진다”며 “이는 단순 복지 지출이 아니라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투자”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주요국은 조기 개입을 제도화했다. 독일은 재활 프로그램 참여 장애인의 고용 유지율이 60%에 달한다. 일본도 초기 단계의 ‘복귀 트레이닝’을 법으로 의무화해,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조례가 시행되면 경기도는 재활치료, 심리상담, 직업재교육, 생활 안정 자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예산 투입을 요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지출이 아닌 장기 절감 효과”를 강조한다. 효과 내용에는 △의료비 절감, 조기 재활로 합병증 발생률이 낮아지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 △고용 유지, 재취업 성공 시 세수(稅收) 증가와 함께 복지 지출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가족 부담 완화, 돌봄으로 인한 가족 경제활동 중단을 방지해 가계 소득 감소를 완화한다.
그리고 경기도가 추산한 연간 사회적 비용은 약 1조 원에 달한다. 만약 조례 시행으로 사회복귀율이 10%만 높아져도 수천억 원 규모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성 의원은 “중도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충격 속에서 삶의 기반을 잃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 지원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은 개인의 회복을 넘어 도 차원에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정책토론회에서 예산 조달 방안, 민간·공공 협력 모델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조례 제정은 단순 복지 지출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교통장애인협회 최교하 사무국장은 “장애 발생 직후 의료비와 생활비가 가장 큰 부담인데, 제때 지원을 받지 못하면 결국 실업·빈곤으로 이어진다”며 “지자체가 적절한 시점에 개입하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장애인재활협회 문예진 사무처장도 “단순 치료 지원이 아니라 직업 훈련과 재취업을 통한 경제활동 재개가 핵심”이라며 “이는 복지가 아니라 투자”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와 시사점을 본다면, △독일은 ‘재활 우선’ 원칙을 법제화해 장애 발생 초기부터 집중 재활을 실시, 사회복귀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림. △일본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초기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해 복귀까지 평균 소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 △미국은 고용 재활 프로그램에 투자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1:2.5로 분석, 복지 지출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
이들 사례는 “초기 개입,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공식을 뒷받침한다. 경기도 역시 조례 시행으로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원시민 이모 씨(42)는 “동료가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뒤 가족 전체가 생계에 타격을 받았다”며 “만약 재취업 훈련과 생활 안정 자금 지원이 있었다면 가계 파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 씨(51)는 “복지는 곧 세금 지출이지만, 이런 제도는 오히려 세금을 절약하는 길이 될 수 있다”며 조례 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도의 이번 조례 추진은 복지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장기적 편익을 키우는 투자 모델로 주목된다. 단기 예산 투입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회복귀율 향상은 곧바로 의료·복지 지출 절감, 세수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중도장애는 사회 전체가 직면할 수 있는 현실이다. 경제적 비용-편익 분석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의 투자가 미래 사회의 부담을 덜어내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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