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방의회는 행정을 견제하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시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꾸는 제도적 장치다. 하남시의회가 최근 전국 기초의회 가운데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9대 하남시의회 후반기를 이끈 금광연 의장이 지방의회 발전과 자치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지방의정봉사상’을 수상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수상은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가운데 봉사정신과 의정 성과가 가장 우수한 의원에게만 수여되는 상으로, 형식적 의정활동을 넘어 제도 개선과 시민 체감형 성과를 만들어낸 지방의회 리더십에 주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남시의회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지방의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 의장의 의정 운영 기조는 분명했다. 의회의 중심을 ‘회의실’이 아니라 ‘생활 현장’에 두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이 13개 동 순회 간담회다. 단발성 행사에 그치기 쉬운 현장 방문을 정례화해, 주민들의 생활 민원과 정책 제안을 직접 청취하고 이를 의정에 반영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주민청원제도의 활성화다. 접수부터 처리 결과까지 전 과정을 공개해, 주민들이 ‘청원 이후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의회가 형식적으로 보유해 온 권한을 시민의 참여권으로 전환한 사례라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질적 전환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산 영역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면서, ‘의원이 결정하고 시민이 따르는 구조’에서 ‘시민이 함께 결정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는 지방의회가 행정을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재정 민주주의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금 의장의 의정 성과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 활동이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촉진 조례 개정, 특별교통수단 운영 조례 개정, 웰다잉 문화조성 조례 제정 등은 상징적 구호가 아닌 생활 변화를 동반한 입법으로 평가된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는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장애인의 자립과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다. 특별교통수단 운영 조례 개정 역시 이동권이라는 기본권을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웰다잉 문화조성 조례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보장하겠다는 지방정부의 철학을 제도화한 사례로 꼽힌다.
이어 금 의장의 의정 활동은 민감한 현안에서도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미사경정공원 부지 반환 촉구 건의안, 대중교통 준공영제 분담 비율 조정 촉구 등은 정치적 계산보다 시민 편익과 공공성을 우선한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접근은 지방의회가 갈등을 회피하기보다, 공론의 장을 열고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지방자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수상 소감에서 금 의장은 “이번 수상은 시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값진 성과”라며 “시민의 권리를 지키고 하남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의회는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개혁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회의 존재 이유는 권한이 아니라 책임에 있다”며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하는 의정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는 현실에서, 이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향후 의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금 의장이 수상한 대한민국지방의정봉사상은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주관하는 상으로, 각 지역 의회의 추천과 엄격한 공적 검증을 거쳐 수상자가 선정된다. 제9대 후반기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수여된 이번 상은, 하남시의회가 전국 기초의회 가운데 하나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방의회가 바뀌면 행정이 바뀌고, 행정이 바뀌면 시민의 하루가 달라진다”는 금 의장의 말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함축한다. 중앙 중심의 행정 체계에서 벗어나, 생활 현장에서 답을 찾는 의정이 자리 잡을 때 지방자치는 비로소 시민의 것이 된다.
하남시의회의 실험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번 수상은 분명한 신호다. 지방의회도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 그 변화의 출발점에 시민이 있다는 사실을, 하남의회는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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