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제 아닌 책임·자율의 균형에 방점
[이코노미세계] 스마트폰이 교실 풍경을 바꾼 지는 오래다. 수업 중 울리는 알림음, 집중을 방해하는 화면 속 영상, 불법 촬영과 사이버 갈등까지. 학교 현장에서 휴대전화는 더 이상 단순한 개인 소지품이 아니라 교육 질서와 직결된 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경기도가 ‘금지냐 허용이냐’의 이분법을 넘어, 책임 있는 사용과 자율의 균형을 제도화하는 데 나섰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위원장인 안광률 의원은 최근 ‘경기도교육청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고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조례안은 스마트기기 확산으로 반복되고 있는 수업 방해, 학습 집중력 저하, 디지털 중독, 불법 촬영 등 학교 현장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번 조례안은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초·중등교육법의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 규정을 경기도 교육 여건에 맞게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학교마다 제각각 운영되던 휴대전화 사용 지침을 정비할 표준적 기준을 제시하되, 세부 내용은 학교 구성원의 합의를 거쳐 학칙에 반영하도록 했다. 일괄적 통제가 아닌, 학교 현장의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담보하겠다는 의도다.
조례안에는 학생의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기본 원칙 ▲학교 구성원 협의를 통한 학칙 반영 ▲생활지도와 징계 ▲소양 교육 및 홍보 ▲기본계획 수립과 행·재정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단순히 ‘사용을 막는 규정’이 아니라, 사용의 기준과 교육적 개입을 함께 설계했다는 점에서 기존 지침과 결을 달리한다.
안 위원장은 이미 지난 9월 ‘경기교육 정책토론회’ 좌장을 맡아 학부모·교사·학생 등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학습권 보호를 위해 강력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학생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안 위원장은 이 같은 논쟁을 두고 “이제는 제한할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의 선택이 아니라, 학교에서 어떻게 책임 있게 사용하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조례안에 대해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교실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이라는 원칙을 담고자 했다”며 “일방적 통제보다 학생 스스로 디지털 기기를 절제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조례안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연계되는 이유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조례안이 학교 현장에서 반복돼 온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휴대전화 사용을 둘러싼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마찰은 그동안 생활지도와 징계 문제로까지 번지며 교육 신뢰를 흔들어 왔다. 표준화된 기준과 합의 절차가 마련되면, 불필요한 오해와 충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학교별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세부 지침 마련과 교사 연수, 학생 대상 소양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정만으로는 디지털 환경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조례안은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도민 의견을 수렴한 뒤, 상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경기도는 이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추가로 반영해 조례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논쟁은 교육 현장의 오래된 숙제다. 경기도의 이번 시도가 ‘금지와 허용’의 진영 논리를 넘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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