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저출생 여파로 학생 수가 줄고 소규모 학교가 늘어나면서 교육 현장이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경기도의회가 ‘통합운영학교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하며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맞는 교육 대안 마련에 나섰다. 교육과정 연계, 교원 배치, 제도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여파는 곧바로 학교 현장에 드리워졌다. 학생 수 감소로 일부 농산어촌 지역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도시권도 예외가 아니다. 소규모 학교 증가, 교사 배치의 비효율성, 교육과정 운영의 단절이 잇따른다.
이에 따라 교육 당국은 ‘통합운영학교’를 미래형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초·중·고교를 연계·통합 운영해 학생에게 연속적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운영 과정에서 난관이 적지 않다.
9월 25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 도시환경위원회 소속 김옥순 의원이 주최한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경기도교육청 통합운영학교 지원 조례 제정’을 주제로 한 자리였다.
공병호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외래교수는 발제에서 “해외에서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통합운영학교 모델이 보편화됐다”며 “국내도 효율적 운영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교장·장학관·학교운영위원들은 현장에서 직면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행정·제도적 한계 △교원 자격과 배치 문제 △교육과정 연계 어려움이 대표적이다. 참석자들은 조례 제정이야말로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연천대광초중학교 이향순 교장은 “초등과 중등 과정이 연계되면 학생 적응력이 높아지고 교사 간 협력 수업도 가능하다”며 긍정적 효과를 소개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은 복수 자격증 요구와 교무행정 부담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천율목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최지희 씨는 “학부모들은 아이가 한 울타리에서 초·중 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교원 배치 불균형과 교육과정 단절 우려가 여전하다”며 “조례 제정을 통해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조례 제정이 단순히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사 자격·배치에 관한 명확한 기준 ▲교육과정 연계 매뉴얼 ▲행정지원 인력 확충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통합운영학교 확대에 긍정적 입장이지만, 기존 제도와의 충돌, 예산 확보 문제, 교원단체와의 협의가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실효성 있는 조례는 교육청·의회·현장이 긴밀히 협력할 때 가능하다.
정윤경 경기도의회 부의장은 “교육 패러다임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도의회가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도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며 조례 추진에 힘을 보탰다.
이날 김옥순 의원은 “오늘 나온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조례안을 완성하겠다”며 “통합운영학교가 학생 성장의 터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운영학교는 단순히 학교를 합치는 차원을 넘어, 미래 교육 체제를 준비하는 실험장이자 징검다리다. 저출생 위기 속에서 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번 조례 제정 논의는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교육계가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교육의 연속성과 공공성, 그리고 학생 중심 교육을 위한 길을 제도적으로 열 수 있을지, 그 성패는 경기도의회가 쥐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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