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난해 11월, 수원 인계동의 한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학부모의 우려가 행정의 현장을 움직였다. “인근 회전교차로 때문에 아이들 등하굣길이 불안하다.” 짧지만 절박한 이 한마디는 단순한 민원이 아니었다. 도심 교통 체계와 어린이 안전, 그리고 지방정부의 대응 방식을 동시에 묻는 질문이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시 상황과 이후의 조치를 공개했다. 글에 따르면 그는 학부모의 걱정을 “마음에 담았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며칠 전 직접 인계동을 찾아 아이들의 등굣길을 걸었다. 팔달경찰서 관계자, 주민들과 함께한 현장 점검이었다.
이 장면은 지방 행정의 일상적인 풍경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한 현장 방문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회전교차로라는 도시 교통 인프라,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법적 안전 장치, 그리고 시민 참여형 행정이라는 정책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회전교차로는 교통 흐름 개선과 사고 감소를 위해 전국적으로 확산된 교통 시스템이다. 신호 대기 없이 차량이 순환하며 통과하는 구조는 평균 통행 시간을 줄이고, 충돌 각도를 완화해 대형 사고 가능성을 낮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 효율의 이면에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특히 보행자, 그중에서도 어린이 통학 환경에서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계동 학부모들의 우려 역시 이 지점에 닿아 있다. 교통공학적으로는 안전성이 입증된 구조일지라도, 실제 통학 시간대 현장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이 시장은 SNS 글에서 “현장을 확인해 보니 걱정하신 부분이 충분히 이해되었다”고 밝혔다. 행정 언어로 치환하면 이는 단순한 공감 표현이 아니다. 정책 판단의 근거가 ‘자료’에서 ‘체감 현실’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회전교차로의 횡단보도 변경 가능성과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의견을 관계기관과 함께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검토’라는 단어다. 횡단보도 위치 변경이나 보호구역 지정은 단순히 시청의 결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경찰, 도로교통 관련 기관, 법적 기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즉, 시장의 현장 방문은 상징적 행위이면서 동시에 협의 행정의 출발점이다.
현장 점검에 동행한 팔달경찰서 관계자와 주민들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교통 안전 문제는 구조적 해결이 필요한 영역이며, 이는 행정기관 간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동시에 지역 주민의 생활 동선과 이해관계도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이날의 등굣길 점검은 ‘민원 대응’이 아니라 ‘정책 조정 과정’에 가깝다.
어린이보호구역은 이미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제한 속도 하향,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 과태료 상향 등 제도적 장치도 꾸준히 강화됐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어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안전은 법적 기준 충족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호구역 지정은 시작일 뿐, 실제 체감 안전은 물리적 환경 개선과 직결된다. 횡단보도 시인성, 차량 감속 유도 시설, 보행 동선 분리, 운전자 인식 개선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회전교차로 인근 보호구역 문제는 특히 까다롭다. 교차로 구조와 차량 흐름, 보행자 동선이 맞물리며 설계 변경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의 고민 역시 여기에 있다. 교통 효율성과 보행 안전, 예산과 기술적 제약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 시장의 메시지는 SNS를 통해 전달됐다. 지방정부 수장들의 SNS 활용은 이제 낯설지 않다. 정책 홍보, 시민 소통, 현장 활동 기록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지 정치’,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모든 SNS 행정을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후속 조치다. 현장 방문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지, 시민의 체감 안전이 개선되는지가 기준이 된다.
이번 사례에서 SNS는 단순 홍보 도구라기보다 행정 과정의 공개 기록에 가깝다. 민원의 제기, 현장 확인, 관계기관 협의라는 일련의 흐름이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유됐다. 이는 지방 행정의 책임 구조 변화와도 맞닿는다. 정책 결정의 근거와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시민 신뢰를 확보하려는 흐름이다.
이 시장은 글 말미에 “아이들의 발걸음이 안전할 수 있도록, 계속 살피고 바꾸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문장은 행정 철학의 압축된 표현이다. 대형 개발 사업이나 거창한 도시 전략과 달리, 생활 안전 행정은 작은 변화의 축적에 가깝다.
횡단보도 위치 하나, 보호구역 경계선 몇 미터의 조정이 시민 삶의 질을 바꾼다. 특히 어린이 안전 문제는 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로 인식된다.
지방정부가 직면한 현실은 복잡하다. 재정 압박, 인구 구조 변화, 도시 인프라 노후화 등 구조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은 일상의 안전이다.
결국 행정 신뢰는 거대한 정책보다 생활 속 체감 변화에서 형성된다.
이번 사례는 도시 안전 정책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안전은 단순한 시설 설치나 법적 지정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운영과 관리, 지속적 점검이 핵심이다.
회전교차로 역시 마찬가지다. 설계 당시의 안전성이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지, 통학 시간대 특수성이 반영되는지, 보행자 행태 변화가 고려되는지가 중요하다.
학부모의 한마디가 행정을 움직이고, 시장이 직접 등굣길을 걷는 장면은 도시 운영의 살아 있는 단면이다. 도시는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정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조정의 출발점은 언제나 시민의 체감 경험이다.
인계동 회전교차로를 둘러싼 작은 우려는 결국 지방 행정의 역할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정책은 회의실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신뢰는 현장에서 완성된다. 아이들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행정, 그것이 생활 안전 도시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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