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학교급식 정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교육청이 추진 중인 식재료 구매 방식 개편을 두고, 2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친환경 급식 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는 1일 간담회를 통해 교육청의 방침이 가져올 파장을 집중 점검하며 “학생 건강과 지역 농가를 동시에 지켜온 공적 공급망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수의계약 제한’과 ‘계약기간 축소’, 그리고 경쟁입찰 방식 도입이다. 교육청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이유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농산물의 특수성을 무시한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친환경 급식은 단순한 식재료 공급 체계를 넘어선 ‘상생 모델’로 평가받아 왔다. 핵심은 ‘계약재배’다. 학교급식용 농산물을 사전에 계약해 생산하는 구조로,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학교는 일정한 품질과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체계는 특히 물가 급등기나 기후변화로 인한 수급 불안 상황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경기도의회는 “가격이 급등해도 학생 식판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계약재배 기반 공급망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즉, 이 시스템은 단순한 행정 계약이 아니라 ‘가격 안정 장치’이자 ‘식품 안전망’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교육청의 개편안이 이러한 구조와 정면 충돌한다는 점이다. 경쟁입찰 방식은 일반적으로 가격 경쟁, 단기 계약, 다수 공급자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농산물은 기후 영향, 생산 기간, 품질 편차, 유통·전처리 비용 등 변수들이 많아 공산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경쟁입찰로 전환될 경우 단기 가격 인하는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불안과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계약재배가 붕괴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농가는 안정적 판로 상실 ~ 생산 축소 또는 전환, 학교는 시장 가격 의존 ~ 급등기 식재료 확보 어려움, 학생은 급식 품질 저하 가능성 등이다. 결국 ‘가격·품질·안정성’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을 두고 가장 큰 우려는 학생 급식의 질이다. 계약재배는 단순 공급 계약이 아니라 품질 기준 관리, 잔류농약 검사, 전처리 및 물류 시스템까지 포함된 통합 체계다. 하지만 경쟁입찰 중심 구조로 바뀔 경우 이러한 관리 체계가 분절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의회는 “계약재배가 무너지면 급식은 시세 변동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그 피해는 결국 학생 식판으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환경 급식의 경우 일반 식재료보다 관리 비용이 높고 공급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제도 변화의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급식 정책을 넘어 지역 농업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경기도 내 다수 농가는 학교급식 계약재배를 통해 일정 수익을 확보하고 생산 계획을 세우며 지역 농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 구조가 무너지면 가격 변동 리스크 증가, 판로 불안정, 영세 농가 도산 가능성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는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의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강도 높은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정책 개선 이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은 ‘데이터 기반 분석’”이라고 강조한다.
의회가 요구한 핵심 검토 항목을 본다면 계약재배 물량 구조, 관내·관외 공급 비율, 품목별 가격 형성 과정, 전처리·물류·품질검사 비용 등이다. 이러한 정량적 자료와 현장 실태 분석 없이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의회는 “교육청·경기도·농민단체·진흥원 간 협의 구조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제도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의회는 예산 심사, 정책 평가, 협력 구조 전반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단순한 의견 차원을 넘어
‘정책 추진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공정한 계약 시스템’과 ‘지속 가능한 공급 구조’ 사이의 충돌이다. 교육청은 투명성과 경쟁을 강조하고, 의회와 현장은 안정성과 지속성을 강조한다.
경기도 친환경 급식 논란은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학생 건강, 농업 생태계, 지역경제를 모두 아우르는 복합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20년간 유지돼 온 상생 모델이 유지될지, 아니면 새로운 체계로 전환될지 중대한 분기점에 놓였다.
경기도의회는 “이번 사안을 정치적 공방이 아닌 구조 개선 문제로 접근해 지속가능한 모델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결국 관건은 하나다. ‘누구를 위한 급식인가’ 정책의 방향이 학생과 농가를 동시에 지키는 해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경기도 급식 정책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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