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오랫동안 담당 부서를 찾아가고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7월 15일 오후 남양주시청 시장실.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절박함을 호소하는 시민과 최현덕 남양주시장이 마주 앉았다. 일부 민원은 수백 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고, 오랜 기간 담당 부서에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시위를 이어온 사안이었다. 민원인 가운데는 답답했던 시간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이날 열린 ‘시장 좀 만납시다!’는 최 시장이 시민의 민원을 직접 듣고 담당 공무원들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마련한 소통 창구다. 첫 회에서는 모두 4건의 민원이 다뤄졌다.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장기간 누적된 갈등과 다수 시민의 이해관계, 생계 문제가 걸린 사안들이 시장실 테이블에 올랐다.
최 시장은 민원인의 설명을 들은 뒤 관련 부서 담당자들과 민원의 원인, 행정 절차, 법적 쟁점, 해결 가능성 등을 놓고 여러 각도에서 의견을 나눴다. 즉석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였던 민원을 다시 들여다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데 첫 만남의 의미가 있다.
최 시장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후 내내 총 4건을 다뤘는데 민원인들의 표정을 보니 대체로 만족한 듯해 저도 기뻤다”며 “민원인들의 하소연을 듣고 담당자들과 다양한 각도에서 토론하다 보니 해결의 실마리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민원은 시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행정 영역이다. 도로와 교통, 주택과 건축, 환경, 복지, 개발, 재산권, 영업권 등 민원의 종류도 다양하다. 단순 문의나 생활 불편 신고는 담당 부서에서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여러 부서가 관련되거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복합 민원은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집단 민원은 주민과 사업자, 행정기관 사이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경우가 많다. 관련 법령과 행정 절차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 부서가 독자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민원인이 여러 부서를 오가며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거나 부서 간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처리가 늦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담당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다고 설명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행정기관이 자신의 어려움을 외면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장기 민원과 행정 불신으로 이어진다.
‘시장 좀 만납시다!’는 이처럼 통상적인 민원 처리 체계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사안을 시장이 직접 확인하고 조정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원인과 시장, 관련 부서 담당자가 한자리에 앉으면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정보를 공유하고 쟁점을 보다 선명하게 정리할 수 있다.
시장이 모든 민원을 직접 해결할 수는 없다. 법령이나 제도에 어긋나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러나 여러 부서에 걸친 사안을 조정하고, 담당 부서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검토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시장이 맡아야 할 역할이다.
최 시장이 첫 만남에서 “담당자들과 다양한 각도로 토론하다 보니 해결의 실마리가 나왔다”고 평가한 것도 부서 간 협의와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남에서는 민원인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실관계와 적법성도 함께 살폈다. 시는 검토 과정에서 일부 민원인과 주변의 불법 사항을 확인해 시정 조치를 지시했다.
이는 직접 소통 행정이 자칫 민원인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시장의 재량으로 특혜를 제공하는 창구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이 시민의 어려움을 경청하되, 해결 방안은 법과 원칙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민원이 오래됐거나 참여 인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요구를 우선 처리하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목소리가 큰 집단의 요구가 먼저 받아들여지고, 시장을 직접 만나지 못한 시민의 민원은 뒤로 밀린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시장 좀 만납시다!’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민원 선정 기준과 검토 절차를 분명히 해야 한다. 장기간 처리되지 않은 민원, 여러 부서가 관련된 복합 민원, 다수 시민의 생계·안전과 직결된 사안 등 우선 검토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면담 과정에서도 민원인의 주장뿐 아니라 담당 부서의 검토 의견, 관련 법령, 다른 시민에게 미칠 영향 등을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 해결이 어려운 사안은 단순히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에 그치지 않고, 불가능한 이유와 가능한 대안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직접 면담의 성패는 민원인의 요구를 얼마나 많이 수용했느냐가 아니라, 시민이 행정의 판단 근거와 처리 과정을 이해하고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 좀 만납시다!’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정례적으로 운영된다. 최 시장은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수요일 오후 시장실에서 시민을 만날 계획이다. 시장실을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개방해 지역 현안과 생활 불편, 장기 민원을 직접 듣겠다는 것이다.
정례 운영은 시민과의 직접 소통을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이 특정 행사나 현장 방문 때 민원을 듣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공식 절차를 통해 시장과 만나 문제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과의 면담만으로 민원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면담 이후 담당 부서가 현장을 확인하고 법적·행정적 가능성을 검토한 뒤 처리 방향을 정해야 한다. 필요하면 관계 기관과 협의하거나 중장기 사업계획과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면담 건마다 담당 부서와 처리 기한을 지정하고, 검토 진행 상황을 민원인에게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사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과 장기 검토가 필요한 사안, 법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을 구분해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원 접수 건수와 면담 건수, 처리 결과, 미해결 사유 등을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면 제도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개인정보와 사적 이해관계는 보호하되, 민원 처리의 기본 과정과 결과는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최 시장은 시장실에서 시민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읍면동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시장실’도 운영한다. 남양주시 전역을 순회하며 지역별 현안을 파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구상이다.
남양주는 지역별 생활권이 넓게 분산돼 있고 도시개발 속도와 생활 기반시설 여건도 서로 다르다.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된 지역과 기존 도심, 농촌 지역이 함께 있어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안도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시청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시민이나 공식적인 민원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에게는 현장시장실이 새로운 참여 통로가 될 수 있다. 시장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면 서류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주민 불편과 지역 여건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장시장실 운영일에는 지역 현안을 공유하고 주요 사업 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주민 간담회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시장실 면담과 읍면동 현장 방문을 연계하면 개별 민원과 지역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살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도로의 통행 불편이 반복적으로 제기된다면 개별 민원으로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주변 개발과 교통량 변화, 보행 안전, 대중교통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하나의 민원이 지역 정책을 개선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시장과 시민이 마주 앉는 장면은 상징성이 크다. 시민에게는 최고 책임자에게 직접 어려움을 설명할 기회가 되고, 시장에게는 행정 통계와 보고서에 담기지 않는 시민의 현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직접 소통 행정이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만남 자체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시장이 민원인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을 표시했더라도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민의 실망은 더 커질 수 있다. 자칫 사진 촬영이나 홍보를 위한 행사로 비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민원 해결을 약속하고도 담당 부서가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거나, 검토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제도는 신뢰를 잃게 된다. 시장 면담을 거친 민원만 특별하게 취급한다는 내부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기존 민원 처리 시스템과의 역할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행정 환경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복합 민원은 법령 해석과 부서 간 조정이 필요한 만큼, 실무자가 책임 부담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해결이 어렵다. 시장이 방향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서 간 협의를 이끌고 필요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반대로 민원인도 행정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벗어나거나 다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요구라면 시장이 직접 들었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히 설명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찾는 과정이다.
첫 ‘시장 좀 만납시다!’에 올라온 4건은 모두 오랜 기간 이어진 민원이었다. 일부 사안은 수백 명이 관련돼 있었고 시민의 생계와도 맞닿아 있었다.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민원인과 시장, 담당 공무원이 한자리에 모여 쟁점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은 변화의 출발로 볼 수 있다. 부서별 검토에 머물던 민원을 시정 책임자가 직접 들여다보고 해결 가능성을 논의하면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시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밝혔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한 과정을 중단하지 않는 일이다.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시간이 필요한 사안은 일정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에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시장 좀 만납시다!’와 ‘현장시장실’이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시정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운영에 달렸다. 첫 만남에서 찾았다는 ‘해결의 실마리’가 구체적인 행정 조치로 연결돼야 한다.
시장실의 문을 여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시민이 평가하는 소통 행정의 기준은 시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만남 이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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