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027 수원 방문의 해' 맞아 체류형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풍경보다 음식인 경우가 많다. 한 접시의 음식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맛집을 찾아 도시를 걷고, 시장을 둘러보며 지역의 일상을 경험한다. 이제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도시 경쟁력을 결정하는 관광 콘텐츠이자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원시는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이러한 미식 자원을 관광과 결합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과 전통시장, 골목상권, 지역 대표 음식들을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연결해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원의 미식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조대왕의 도시 건설과 전통시장, 시민들의 삶과 지역 상권의 역사가 음식 속에 녹아 있다. 관광객들은 음식을 통해 수원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수원갈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대 갈비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수원갈비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수원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그 시작은 1940년대 영동시장의 '화춘옥'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60년대 대통령이 자주 찾는 식당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고, 1970년대 들어 수원 전역으로 갈빗집이 확산됐다.
수원갈비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맛 때문만은 아니다. 정조대왕이 화성을 축성하면서 둔전과 우시장이 형성됐고, 자연스럽게 소 사육과 유통이 발달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오늘날의 갈비 문화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수원갈비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조리법도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 간장을 중심으로 한 양념보다 소금으로 고기의 풍미를 살리고, 갈빗대를 큼직하게 손질해 '왕갈비'라는 별칭도 얻었다. 화려한 양념보다 고기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것이 수원갈비만의 특징이다.
현재 수원 곳곳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갈빗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각각의 업소는 숙성 방식과 양념, 상차림이 달라 같은 갈비라도 전혀 다른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서 미식가들은 "수원갈비는 한 번으로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여러 번 찾아야 진짜 맛을 알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최근 세계적인 K-푸드 열풍 속에서 또 하나의 수원 대표 먹거리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수원 통닭거리다. 정조로와 수원천 사이 100m 남짓한 골목에는 10여 개의 통닭 전문점이 모여 있다. 프랜차이즈 대신 수십 년 역사를 이어온 개성 있는 점포들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이곳의 경쟁력은 화려함보다 기본기에 있다. 가마솥에 통째로 튀긴 옛날통닭, 전통 양념치킨, 왕갈비 양념치킨, 카레향을 더한 통닭 등 저마다 독창적인 맛을 선보이며 전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종이봉투에 담아 주는 포장 방식마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관광 콘텐츠가 됐다.
수원시는 이러한 통닭거리를 세계적인 미식 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식진흥원과 수원문화재단 등과 협력해 치킨 만들기 체험, 외국인을 위한 치킨로드, 치맥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K-미식 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수원의 미식은 고급 음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동시장 순대타운과 권선종합시장 족발골목, 영화동 해장국 거리 등 서민 음식 역시 수원의 중요한 관광 자원이다.
팔달문 인근 지동시장은 순대와 순대곱창볶음으로 유명하다. 수십 개 점포가 모여 형성한 순대타운은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권선종합시장에서는 갓 삶아낸 족발이 시장 골목을 가득 메운다. 오랜 단골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은 전통시장만이 가진 매력이다.
국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영화동 해장국 거리와 수원역, 인계동 일대에서는 오랜 전통을 이어온 국밥 전문점들이 지역 미식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골목상권에서 형성된 음식 문화는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수원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식사를 마친 관광객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수원의 전통 간식인 약과는 오래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별미였다. 밀가루와 참기름, 꿀, 잣 등을 활용한 전통 방식은 지금도 화성행궁 일대에서 다과 체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팔달문을 형상화한 샌드쿠키, 서북공심돈을 모티브로 한 빵 등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디저트 상품도 관광객들의 기념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커피 문화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지역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카페들이 행궁동과 신동카페거리 등을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수원만의 커피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수원화성 사대문을 모티브로 한 드립백 제품을 출시하는 등 지역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수원시는 최근 외부 전문가 평가와 현장조사, 시민 설문 등을 거쳐 '수원 맛집 100선'을 선정했다. 관광객들은 관광정보 앱 '터치수원'을 통해 한국어는 물론 영어·일본어·중국어로도 맛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음식 소개를 넘어 관광객의 이동 동선을 늘리고 체류 시간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관광객이 시장에서 식사하고 카페를 방문하며 기념품을 구매하는 소비는 지역 상권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진다. 미식 관광은 골목경제를 살리는 가장 현실적인 관광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음식이 가진 경쟁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광 콘텐츠와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도시는 건축물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한 끼의 식사, 골목의 냄새, 시장의 풍경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완성한다. 수원의 갈비와 통닭, 순대와 국밥, 전통 디저트는 이제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관광 자산이자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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