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방의원의 정책 역량을 높이고 의회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추진 중인 ‘경기도의회 의정연수원’ 건립 사업이 일시적으로 멈춰 섰다. 제12대 경기도의회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실제 교육 대상인 의원들의 수요를 조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는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새로 선출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타당성 조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의정연수원을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뒷받침할 핵심 기반시설로 조성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나 당초 올해 10월까지 마칠 예정이었던 타당성 조사가 중단되면서 전체 사업 일정의 연쇄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정연수원이 들어설 연천군에서는 이번 사업이 경기 북부지역의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만큼, 조사 재개 시점과 향후 건립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7월 15일 도의회 의회사무처 공간정보화과로부터 ‘경기도의회 의정연수원 건립 추진 현황’을 보고받았다. 정책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타당성 조사가 중단된 경위와 사업 재개 계획, 향후 추진 절차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도의회 의정연수원은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지방의회에서 일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연수시설이다. 연천군이 건립 부지로 선정돼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도의회는 2024년 경기연구원의 선행연구를 시작으로 사업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지난해에는 의정연수원 건립 기본계획과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이어 올해 1월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고, 2월 11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같은 해 3월 5일에는 타당성 조사 업무약정을 체결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다.
당초 타당성 조사는 올해 10월까지 완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12대 도의회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지난 6월 2일부터 조사가 일시 중단됐다.
도의회는 의정연수원의 실질적인 교육 대상인 제12대 의원 구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육 대상과 예상 이용 인원을 특정하지 못하면 강의실과 회의실, 숙박·편의시설 등 필요한 시설의 종류와 규모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역시 의원들의 의정 경험과 관심 분야, 상임위원회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기보다는 새로 구성될 도의회의 실제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 타당성 조사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도의회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이번 타당성 조사 중단이 사업의 축소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새롭게 구성될 도의회의 교육 수요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일시적인 절차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윤종영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현재의 타당성 조사 중단은 제12대 경기도의회 구성과 의원들의 교육 수요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절차상 조정”이라며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즉시 조사를 재개해 전체 사업 일정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은 원 구성 직후 얼마나 신속하게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느냐다. 도의회는 제12대 원 구성이 완료되면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의정연수원에 필요한 교육과정과 시설 수요를 조사할 예정이다.
수요조사에서는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적정한 시설 규모와 이용 방식, 연간 교육 인원, 외부 지방의회와의 공동 활용 가능성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연수원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전문 교육기관에 일부 프로그램을 위탁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운영 방식도 향후 논의해야 할 과제다.
도의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양 교섭단체의 협의를 거쳐 건립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협의 결과를 도의회 의장에게 건의한 뒤 타당성 조사 재개 절차를 밟는다는 구상이다.
윤 위원장은 “의정연수원은 특정 정당이나 일부 의원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높이기 위해 경기도의회 전체가 함께 활용할 기반시설”이라며 “제12대 의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양 교섭단체 대표단이 시설 규모와 교육과정, 운영 방식 등을 세부적으로 협의해 합리적인 건립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가 의정연수원 건립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방의회의 역할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예산 규모가 커지고 지역 현안이 복잡해지면서 지방의원에게 요구되는 전문성도 과거보다 높아졌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자치단체다. 도시개발과 교통, 주택, 복지, 교육, 환경,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도의회가 다뤄야 할 정책 분야가 광범위하다. 대규모 예산안을 심사하고 집행부를 견제하려면 법률과 재정, 행정 절차에 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지방의회에 새로 진입한 초선 의원은 임기 시작 직후부터 조례안 심사와 행정사무감사, 예산·결산 심사 등에 참여해야 한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의정활동을 시작하면 집행부가 제출한 정책과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
현재도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한 각종 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일회성 강의나 단기 연수만으로 복잡한 정책 현안을 다루는 능력을 기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회에 특화된 상설 교육기관을 두고 의원의 임기와 의정활동 단계에 맞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의정연수원 건립의 취지다.
연수원이 조성되면 초선 의원을 위한 기본교육부터 조례 입안, 예산 분석, 행정사무감사 기법, 정책 평가 등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상임위원회별 현안을 반영한 전문교육이나 의회 공무원·정책지원관을 위한 직무교육도 가능하다.
도의회가 연수원을 경기도만의 시설에 머물지 않고 전국 지방의회가 함께 활용하는 교육·연수 거점으로 발전시킬 경우 사업의 공공성과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전국 지방의회 간 정책 사례를 공유하고 공동 연수를 운영하는 교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의정연수원 건립 예정지로 연천군이 선정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연천은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각종 규제로 인해 수도권에 속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개발과 산업 기반이 부족한 지역으로 꼽힌다.
도의회 관련 상설 교육기관이 들어서면 의원과 의회 직원, 강사진 등 교육 관계자들이 연천을 정기적으로 찾게 된다. 연수시설을 중심으로 숙박과 음식점, 교통 등 지역 서비스업에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이나 교육·연수시설을 경기 북부지역에 배치하는 정책적 흐름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수원 등 경기 남부에 집중된 행정 기능의 일부를 북부지역으로 분산함으로써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상징적인 사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연천이라는 입지를 사업의 당위성으로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이용자들의 접근성과 이동 시간, 대중교통 여건, 연간 교육 수요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시설을 크게 짓는 것보다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운영 방식을 설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교육이 없는 기간에도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 지방의회와 연계한 공동연수, 정책토론회, 지방자치 관련 학술행사 등을 유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지역의 역사·문화·안보 자원과 연계한 현장 교육과정을 마련한다면 연천이라는 입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
의정연수원 건립 사업이 성공하려면 시설의 외형보다 교육의 내용과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대규모 건물을 건립하고도 교육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면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는 예상 이용 인원과 연간 교육 횟수, 교육 대상의 범위, 관리·운영비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경기도의회 의원뿐 아니라 도내 31개 시·군의회와 다른 지역 지방의회까지 이용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중앙·지방 교육기관의 프로그램과 중복되지 않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도가 가진 도시와 농촌, 접경지역, 첨단산업단지 등의 다양한 정책 환경을 교육 콘텐츠로 활용한다면 다른 연수기관과 차별화할 수 있다.
정치적 합의도 사업 추진의 중요한 조건이다. 도의회 전체가 이용할 시설인 만큼 특정 정당이 독자적으로 시설 규모와 운영 방향을 결정하기 어렵다. 양 교섭단체가 사업 목적과 적정 규모, 재원 조달 방안을 놓고 충분히 협의해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무엇보다 타당성 조사가 장기간 표류하지 않도록 명확한 재개 시점과 후속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원 구성 이후 의원 수요조사와 교섭단체 협의, 의장 건의, 타당성 조사 재개까지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전체 사업의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윤 위원장은 “의정연수원 건립은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미래 투자이자 경기도의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경기도의회 의정연수원이 전국 지방의회 교육·연수의 중심시설로 조성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사업 추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의정연수원은 지방의원의 역량 강화와 경기 북부 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품고 있다. 일시 중단된 타당성 조사를 신속하게 재개하는 것과 함께 실제 교육 수요에 맞는 적정 규모를 찾는 일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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