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성남시의 철도 지도가 크게 바뀐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최종 승인·고시한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에 성남시 핵심 철도사업 4개 노선이 대거 반영되면서다.
지하철 8호선 모란~판교 연장을 비롯해 판교~오포 철도, 성남도시철도(트램) 1·2호선이 모두 포함됐다. 성남시는 이를 계기로 만성적인 교통체증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도시 전반의 대중교통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계획은 단순한 노선 추가가 아니라 성남의 생활·산업 축을 재편하는 교통 인프라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지대와 주거지역을 보다 촘촘하게 연결해 출퇴근 혼잡을 줄이고, 외곽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분명하다.
이번에 반영된 노선의 공통 분모는 ‘혼잡’이다. 판교테크노밸리와 국지도 57호선 일대는 출퇴근 시간대마다 극심한 정체가 반복돼 왔다. 기업과 인구는 빠르게 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철도 기반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성남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10월 경기도에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 △판교~오포 철도 △성남도시철도 1·2호선 트램 사업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공식 요청해 왔다. 4년 가까운 협의와 조정 끝에 대부분의 요구가 수용되면서 성남시 교통 정책의 큰 줄기가 확정된 셈이다.
이번 계획에 반영된 성남시 관련 철도사업은 모두 4개다. 먼저 지하철 8호선 모란~판교 연장(3.94km)은 기존 계획대로 유지됐다. 모란차량기지에서 판교역을 잇는 이 노선은 성남 원도심과 판교를 직접 연결하는 핵심 축이다.
여기에 판교~오포 철도사업(9.5km)이 신규로 포함됐다. 판교역에서 광주 오포까지 연결되는 이 노선은 성남 동부와 인접 지역의 교통 접근성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성남도시철도 1호선(판교역~상대원동, 9.9km)과 2호선(본선 금토동~정자역 10.90km, 지선 운중동~백현동 5.96km)은 기존 계획의 노선 선형을 조정해 반영됐다. 두 노선 모두 도심 생활권을 세밀하게 잇는 역할을 맡는다.
확정은 시작일 뿐이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 지하철 8호선 모란~판교 연장사업은 국토교통부를 통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될 예정이며, 이후 기획재정부가 예타를 수행한다. 통과 여부에 따라 사업 속도가 결정된다.
판교~오포 철도사업은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부터 시작한다. 수요 예측, 사업비, 재원 조달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성남시 내부에서는 “행정 절차가 길어질수록 시민 체감 효과가 늦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남도시철도 1·2호선은 ‘트램’ 방식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트램은 차도 위에 설치되는 노면전차로, 도로교통법상 전용차로 운행이 원칙이다. 문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만약 전용차로 운행 규정이 혼용차로 운행으로 개정되지 않을 경우, 차로 수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는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성남시가 “법 개정 없이는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고 선을 긋는 이유다. 중앙정부·국회와의 협의가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철도사업의 또 다른 현실은 재원이다. 성남시는 2026년까지 철도기금 3000억 원 조성을 목표로 재정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사업인 만큼, 안정적인 재원 확보 없이는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시철도는 초기 투자비가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성남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사업을 미루기보다, 계획적으로 준비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번 철도망 확정을 성남시 중장기 교통 전략의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신 시장은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사업을 비롯한 4개 도시철도 사업은 성남시 2035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과 맞닿아 있는 핵심 기반사업”이라며 “장기간 절차가 필요한 만큼,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최우선으로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앞으로 경기도,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사업 일정 지연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단계적인 도시 대중교통 체계 개편도 병행한다.
이번 도시철도망 반영은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변화를 겨냥한다.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철도·대중교통 중심 도시로의 전환, 그 출발선에 성남이 서 있다. 교통망이 바뀌면 생활권이 바뀌고, 생활권이 바뀌면 도시의 경쟁력도 달라진다. 성남의 다음 10년을 가를 철도 프로젝트들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