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고양시 도심 개발의 기준선이 바뀌었다. 대중교통 결절지를 기준으로 한 ‘400미터 규정’이 ‘500미터’로 확장되면서, 그간 제도적 모순과 초과 규제 논란에 발목 잡혀 있던 도심 복합개발 사업들이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
고양특례시의회는 19일 열린 제30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해련 의원이 발의한 ‘고양시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상위법 취지에 맞지 않는 조례상 초과 규제를 정비하고, 도심 복합개발의 제도적 안정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도심 복합개발 지구 지정 기준을 400미터에서 500미터로 조정한 것이다. 현행 조례는 성장거점형 지구를 ‘두 개 이상의 노선이 교차하는 대중교통 결절지로부터 400미터 이내’, 주거중심형 지구를 ‘사업 대상지 면적의 과반이 역 승강장 경계로부터 반경 400미터 이내’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상위법인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해당 기준을 명확히 500미터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시 조례는 별도의 위임 없이 이를 축소 적용해 왔다는 점에서 ‘법 위의 조례’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해련 의원은 본회의 제안 설명에서 “상위법은 도심 복합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를 분명한 취지로 삼고 있는데, 고양시 조례는 오히려 그 범위를 좁혀 사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령이 이미 구체적으로 정한 사항을 조례로 임의 변경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초과 규제는 단순한 수치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도시 공간의 재편과 직결된 사안이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확보된 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400미터 기준에 걸린 지역들은 도심 복합개발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노후 주거지와 저이용 토지로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히 일산 신도시를 비롯한 고양시 도심 곳곳에서는 ▲역세권임에도 개발 유형 제한 ▲주거·업무·상업의 복합 배치 불가 ▲민간 참여 위축 등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해 왔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400미터와 500미터의 차이는 지도상에서는 미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십 개 블록과 수천 세대의 개발 가능성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조례 개정으로 성장거점형과 주거중심형 지구의 공간적 범위가 넓어지면서, 도심 내 유휴지 활용과 노후 주거지 정비의 선택지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개정안의 또 다른 축은 주거중심형 용도지구에 상업지역을 포함하도록 한 점이다. 기존 조례는 주거중심형 지구에서 상업지역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왔지만, 이는 업무·산업·판매·주택 기능을 복합적으로 배치하도록 한 상위법 취지와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김해련 의원은 “도심 복합개발은 단순한 주택 공급이 아니라, 일자리·상업·생활 서비스가 함께 어우러지는 구조”라며 “주거중심형 지구에서 상업 기능을 배제한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상업 기능이 배제된 주거 개발은 낮 시간대 공동화, 야간 인구 편중, 지역 상권 붕괴 등 부작용을 낳아 왔다. 이번 개정으로 주거와 상업이 결합된 복합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사는 도시’에서 ‘일하고 소비하는 도시’로의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례 개정의 또 다른 의미는 법적 안정성 확보다. 그간 고양시 도심 복합개발 사업은 상위법과 조례 간 불일치로 인해 행정 해석 논란과 사업 지연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기준선이 명확해지면서, 공공과 민간 모두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에서 사업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부동산·도시개발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은 단기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민간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공공성 확보를 병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 정비”라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역세권 고밀·복합 개발을 통해 교통 이용 효율을 높이고,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효과도 주목된다.
김해련 의원은 “이번 조례 개정으로 고양시 도심 복합개발이 법적·실무적으로 안착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노후 도심 활성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적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지구 지정 이후의 세부 개발 가이드라인, 공공 기여 기준, 기반시설 확충 방안 등은 향후 집행 과정에서 구체화돼야 한다. 또한 개발 이익이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례 개정은 고양시 도심 정책의 방향을 ‘규제 중심’에서 ‘합리적 관리와 유도’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불과 100미터의 기준 조정이지만, 그 파장은 도시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출발선이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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