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고양시가 ‘미래 성장 거점’으로 기대를 모았던 창릉 신도시를 둘러싸고 심각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인근 3기 신도시들이 잇달아 대기업과 혁신 기업 유치에 성공하며 자족도시로 발돋움하는 사이, 고양시는 뚜렷한 성과 없이 ‘베드타운 고착화’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양특례시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된 이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공방을 넘어, 도시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 제기는 12월 16일 열린 고양특례시의회 제30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나왔다. 임홍열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창릉 신도시의 기업 유치 부진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인근 3기 신도시와의 대비를 통해 고양시의 현주소를 짚었다.
임 의원에 따르면, 부천 대장지구는 이미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계열사를 비롯해 최근 대한항공 엔진 정비 공장까지 유치하며 자족 용지 완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남양주 왕숙지구 역시 카카오, 우리금융그룹 등 대형 민간 자본의 투자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고양 창릉 신도시는 상황이 정반대다. 임 의원은 “앵커 기업 유치 소식은커녕, 사업 시행자인 LH가 수익성을 이유로 자족 용지를 주택 용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창릉 신도시가 당초 목표했던 ‘일자리와 주거가 결합된 자족형 신도시’의 취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창릉 신도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양시가 미래 먹거리로 내세워온 기존 산업 거점들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
임 의원은 “고양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홍보돼 온 일산테크노밸리가 최근 진행된 용지 공급 개찰 결과, 전 필지 유찰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았다”고 밝혔다. 이는 고양시 산업 입지의 경쟁력이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3,000억 원이 투입된 성사혁신지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시범지구 1호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시설이 공실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건물 관리비와 임대료를 시민 혈세로 메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의원은 이를 두고 “도시 곳곳에 텅 빈 유령 건물만 늘어나고 있다”며 고양시의 산업·경제 행정 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고양시 행정의 무게추는 다른 곳에 쏠려 있다는 것이 임 의원의 주장이다. 이동환 시장이 아직 지정 여부조차 불투명한 ‘경제자유구역’ 추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시장이 경제자유구역 추진을 명분으로 30차례가 넘는 해외 출장을 다녀왔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가시적 성과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기존에 계획된 방송영상밸리, 테크노밸리조차 제대로 관리·유치하지 못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에 행정 역량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문제는 예산과 정책 연구 방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임 의원이 분석한 2026년도 고양연구원 예산안에 따르면, 조직 진단이나 마이스(MICE) 행사 효과 분석 등 일반적인 연구 과제는 포함된 반면, 정작 창릉 신도시 기업 유치 전략이나 규제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센터 운영 예산은 반영된 반면, 창릉 신도시 자족 기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연구 과제가 빠져 있다는 점은 고양시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임 의원은 이를 두고 “고양시의 생존이 걸린 핵심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의 경고는 단호했다. “창릉 신도시마저 실패한다면 고양시는 결국 서울의 주거 부담을 떠안는 위성도시로 고착될 수밖에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부천시의 대기업 유치 전략에 대한 즉각적인 벤치마킹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을 활용한 국토교통부 성장관리권역 지정 요구 ▲고양연구원의 창릉지구 자족 기능 강화 연구 착수 등을 이동환 시장에게 촉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고양시가 더 이상 ‘계획’이 아닌 ‘성과’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 유치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방향성과 실행력이 분명할 경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릉 신도시는 고양시의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도권 내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족 기능 없는 신도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거만 늘고 일자리가 따라오지 않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교통 혼잡과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된다.
이번 시의회 발언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고양시가 어떤 도시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창릉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창릉을 계기로 체질을 바꿀 것인가. 고양시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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