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김포 한강변을 가로막아온 철책이 반세기 만에 철거된다. 군사적 경계의 상징이었던 철조망이 사라지고 시민의 일상과 자연이 다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김포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강과 함께하는 도시’라는 새로운 도시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26일 “54년간 김포와 한강을 가로막았던 철책이 드디어 철거된다”고 밝히며 한강 개방의 시작을 공식화했다.
김포시와 육군 제17사단은 신곡수중보부터 일산대교 남단까지 약 8.4km 구간에 설치된 한강 철책을 철거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이를 위해 수정합의각서를 체결하고, 단계적 철거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번 철거 결정은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장기간 정체돼 있던 지역 현안을 해결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강 철책 제거 논의는 이미 2008년 처음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후 군 경계 장비의 성능 문제 등으로 18년 가까이 진전이 없었다.
민선 8기 들어 김포시는 군과의 협의를 재개하고 새로운 경계 체계 구축에 합의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양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철거를 위한 모든 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철조망을 제거하는 차원을 넘어 군사적 안전과 시민 이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협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철책 철거가 완료되면 김포 한강변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지금까지 한강은 눈앞에 있어도 접근할 수 없는 ‘닫힌 공간’이었다. 철책은 물리적 장벽일 뿐 아니라 도시의 공간 구조를 단절시키는 상징적 경계였다.
철거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도시의 흐름이다. 한강 수변이 일상 생활권으로 편입되면서 김포의 도시 구조는 ‘내륙 중심’에서 ‘수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백마도를 포함한 한강 수변 지역은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개발돼 시민 휴식과 여가의 중심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체험과 교육을 경험하고,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조성된다는 구상이다.
김포시는 모든 철책을 완전히 철거하지는 않는다. 시민 불편이 없는 일부 구간은 역사교육 및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보존할 계획이다. 이는 한강 철책이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긴장과 분단 현실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김포시는 이번 철책 철거를 도시 브랜드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김병수 시장은 “반세기 만에 되찾은 한강은 김포가 명품 한강도시로 도약하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도권 주요 도시들은 한강 및 수변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서울의 한강공원, 하남 미사강변도시, 고양 창릉지구 등은 모두 수변 접근성을 핵심 자산으로 삼고 있다.
김포 역시 이번 철책 철거를 계기로 한강 접근성을 확보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지적돼 온 도시 매력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철책 철거는 군과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군사시설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민간 활용과의 충돌이 빈번한 분야다.
김포시는 장기간 협의를 통해 새로운 경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군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시민 요구를 반영하는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는 향후 전국 유사 사례에 적용 가능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김 시장은 “김포시민의 삶을 이해하고 결단을 내려준 군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철책 철거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후 활용이다. 단순히 공간을 개방하는 것만으로는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체계적인 수변 개발, 환경 보전, 교통 연계, 관광 콘텐츠 구축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특히 한강 수변이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장기 계획과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연 보전과 시민 이용 사이의 균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1972년 설치된 철책이 사라지면서 김포는 새로운 도시 시간에 진입하게 됐다. 물리적 장벽이 사라진 자리에는 시민의 일상과 자연, 그리고 도시의 미래가 자리하게 된다.
한강은 더 이상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살아가는 공간’으로 돌아온다. 54년 만에 열린 이 길이 김포를 어떻게 바꿀지, 그 변화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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