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회복지 서비스 확산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행정 효율성 제고라는 기대와 함께, 기술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AI 복지의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정책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지미연 의원은 지난 8월 8일 ‘경기도 사회복지 인공지능 서비스 활용 촉진 지원 조례안’ 제정을 위한 정담회를 열고, 관련 부서와 함께 정책 방향과 제도적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기술 도입 차원을 넘어, AI가 복지 영역에서 갖는 구조적 영향과 윤리적 쟁점을 함께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경기도는 다양한 AI 기반 복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고립 위험 노인을 대상으로 한 ‘AI 말벗 서비스’, 노인 돌봄을 지원하는 AI 시스템, 장애인 거주시설에 적용된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이 있다.
이들 서비스는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말벗 서비스의 경우 독거노인의 정서 안정에 기여하고, 돌봄 서비스는 위기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기술 도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현장에서는 “AI 복지가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 일상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 기준과 책임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례 추진은 이러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첫 시도다.
AI는 복지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위험도 내포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알고리즘 편향’이다. 특정 데이터에 기반한 AI가 취약계층을 오히려 차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사회복지 서비스 특성상 민감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처리되는데, 보안 체계가 미흡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장 종사자들의 역할 변화와 고용 불안 문제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미연 의원이 준비 중인 조례안은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안전성 확보다. AI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사고를 최소화하고,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윤리 기준 정립이다. 알고리즘 편향 방지, 데이터 활용 기준, 책임 소재 규정 등을 포함해 ‘AI 복지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셋째, 형평성 보장이다. 정보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도민이 차별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지 의원은 “AI 기술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번 조례의 핵심”이라며 “모든 도민이 차별 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담회에서는 단순한 정책 설명을 넘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도 초점이 맞춰졌다. 복지 현장에서는 AI 도입 자체보다도 ‘사용 기준’과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AI가 판단한 결과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복지 대상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조례 제정을 통해 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서비스 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 의원 역시 향후 추가 정담회와 정책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I는 복지의 미래를 바꿀 핵심 도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방향이 ‘효율’에만 치우칠 경우,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경기도의 조례 추진은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복지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AI가 복지의 대안이 아니라 보완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과 동시에 윤리·책임·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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