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체감도 조사서 ‘돌봄 지원’ 효과 가장 높아
[이코노미세계] '아이를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것이 더 힘들다.' 이는 단순한 체감이 아닌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4년 실시한 조사에서 임신·출산 경험자의 62.8%가 가장 어려운 점으로 ‘양육·돌봄’을 꼽았다. 또한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돌봄시설 또는 도우미’를 선택했다.
출산 자체보다 출산 이후의 양육 환경이 저출생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현실 인식 속에서 화성특례시는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단순한 출산장려금 중심에서 벗어나, 출산 이후의 돌봄·보육·교육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시는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도시”를 목표로 삼고, 양육 부담·돌봄 공백·교육 불안이라는 세 가지 핵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화성특례시는 2024년 한 해 동안 7200명의 출생아 수를 기록하며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합계출산율이다. 화성시는 1.01명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0.75명)과 경기도 평균(0.79명)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특례시 가운데 유일하게 출산율 1명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국적으로 출생아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화성시의 성과는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정책 효과가 실제 인구 변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화성특례시 정책의 핵심은 보육 인프라 확충이다. 시는 현재 전국 최다 수준인 157개 국공립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164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낮은 비용과 높은 신뢰도로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전국적으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화성시는 이러한 수요를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빠르게 공급 확대로 연결했다.
단순한 숫자 확대에 그치지 않았다. 시는 ‘화성형 어린이집’ 모델을 도입해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질적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20개소가 운영 중이며, 인건비·운영비·시설비를 지원하고 정기 평가를 통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공공과 민간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혼합형 보육 혁신 모델’로 평가된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돌봄 공백이다. 화성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단독 아이돌봄지원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가족센터에 포함돼 있던 돌봄 서비스를 독립시켜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시는 2026년 1월 개소를 목표로 조직과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초등학생 대상 돌봄 정책도 강화됐다. 현재 18개소인 ‘다함께돌봄센터’를 올해 27개소, 2030년까지 44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일부 시설은 밤 9시까지 운영해 야간 돌봄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화성형 아이 키움터, 휴일 어린이집, 아동상담소, 어린이문화센터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운영하며 촘촘한 돌봄망을 구축하고 있다.
화성시의 또 다른 경쟁력은 교육이다. 화성시는 2015년 이후 학령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203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적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2023년에는 초등학생 순유입 775명을 기록하며 전국 4위를 차지했다. 이는 교육 환경을 고려한 ‘이주 수요’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는 교육 수요 증가에 대응해 초등 입학 지원금, 중·고교 교복 및 체육복 지원, 마을교육공동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학교 신설에서도 성과를 냈다. 총 13개 학교 설립 계획이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심사를 통과했으며, 2025년 동탄 지역에 2개 초등학교가 개교한다. 이어 2026년에는 6개 학교가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이는 ‘교육 때문에 이사 오는 도시’라는 새로운 도시 경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책 효과는 시민 인식에서도 확인된다. 화성시는 2025년 출산가정 560명을 대상으로 저출생 정책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출산에 도움이 된 정책으로 양육환경 지원(34%), 경제적 지원(33%)이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화성특례시는 저출생 시대의 해법을 ‘출산 장려’가 아닌 ‘양육 가능성 확대’에서 찾았다. 돌봄 공백을 줄이고, 보육 품질을 높이며,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이 맞물리면서 출산율 반등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 화성의 실험은 단순한 지역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 저출생 대응 전략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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