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 희생에서 산업 성장으로”…70년 만의 패러다임 전환 시동

[이코노미세계] 의정부시가 ‘K-방산’을 선도하는 첨단 방위산업 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대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9월 10일 열린 ‘2025 방위산업 미래전략 세미나’에서 시는 AI 기반 첨단 방위산업 생태계 구축과 경기국방벤처센터 유치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70여 년간 군사적 희생을 감내해온 도시가 안보 부담을 산업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이번 세미나는 ‘AI 시대, K-방산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열렸다. 김병규 성균관대 미래국방융합연구센터장은 기조강연에서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와 AI 기술 진화가 방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과 드론·로봇 기술은 군사작전 방식뿐 아니라 획득·운용·유지 보수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며, 전통적 군수체계 중심의 방산 구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경기북부의 전략적 가치가 집중 조명됐다.
조성택 경기연구원 센터장은 “경기북부는 미군 반환공여지와 접경지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첨단 방위산업 거점으로 전환할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양훈 신한대 교수는 인재 양성과 산학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대학이 AI·드론·사이버 국방 기술 교육의 허브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혁준 아이원랩 대표는 “군과 스타트업 간 협업이 국방도시 의정부의 신성장 모델”이라며, 방산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제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의정부시 전략의 핵심은 경기국방벤처센터 유치다. 센터는 국방 소요 확인, 기술 개발 절차, 획득 정보 제공 등 중소·벤처기업의 방산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유사한 벤처센터가 산발적으로 운영 중이나, 경기북부는 아직 거점이 없다. 전문가들은 “의정부에 센터가 들어서면 스타트업 성장 사다리 구축과 지역 산업 파급효과가 동시에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적 효과 역시 주목된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벤처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 방산클러스터는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 군수업체 유치가 아닌 연구개발·인력양성·스타트업 육성이 결합된 종합산업 모델이기 때문이다.
의정부시가 제시한 ‘첨단 방위산업 생태계 3대 전략·15개 과제’는 단기적 투자비용 대비 장기적 편익이 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비용 요인에는 국방벤처센터 설립 및 인프라 구축, R&D 초기 투자, 전문 인력 양성비 등에서 초기 수백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편익 요인은 산업생태계 완성 시 고용 창출 효과(직·간접 포함 수천 명), 기업 집적에 따른 세수 증가, 군수·민수 전환 기술 수출 등으로 투자대비 편익비율(B/C ratio)이 높게 산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정부는 GTX-C 등 교통 인프라 확충과 맞물려, 방산 클러스터 형성이 지역 상권·주거·서비스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의정부가 단순한 군사도시에서 첨단 산업도시로 체질을 전환하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의정부 시민들 역시 ‘희생의 도시에서 성장의 도시로’라는 변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의정부역 인근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54)는 “군사도시라는 낙인 때문에 투자도 늦고 발전이 더뎠다”며 “방위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은 지역 자존심 회복”이라고 말했다.
국방산업연구원 관계자는 “AI 기반 방산은 민군 겸용 기술 확산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와 국가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적 산업”이라며 “의정부 사례는 경기북부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지난 70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감내한 희생을 이제는 지역 발전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경기국방벤처센터 유치와 첨단 방위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확보 ▲기업·대학·군 간 협력 시스템 구축 ▲지역 주민과의 지속적 소통이 성패를 가를 요소로 꼽힌다.
의정부시는 이번 세미나를 기점으로 ‘첨단 방위산업 거점도시’라는 새로운 비전을 천명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전략을 넘어, 오랜 기간 안보 부담을 떠안아온 도시가 경제적 보상과 산업적 재도약의 길을 찾는 과정이다.
성공 여부는 경기국방벤처센터 유치와 방산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구체적 실행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의정부의 도전이 경기북부 경제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는 ‘전환점’이라는 사실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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