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병택 시장 “품격 있는 문화도시 도약의 신호탄”

[이코노미세계] 9월 20일 저녁, 시흥시청 앞 광장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야외 무대라는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도 1시간 30분 넘게 이어진 공연은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 마무리됐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아름다웠다. 함께 박수치고 환호하며 많은 시민이 행복해하셨다”라며 공연의 감동을 직접 전했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니라, 시흥이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의 얼굴에는 흥분과 감동이 교차했다. 시흥 은행동에 거주하는 박미정(46) 씨는 “세계적인 성악가를 우리 동네에서 직접 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시흥이 이제는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 문화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중학생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영호(52) 씨는 “딸이 음악을 전공하려 하는데, 조수미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며 무대 위에서 눈물을 흘렸다”며 “아이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고 전했다.
이날 공연에는 2만여 명의 시민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 관계자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파가 몰렸고, 일부 구간은 교통 통제가 불가피했다”며 “시민들의 문화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연이 시흥시 문화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현정 경기문화재단 연구위원은 “조수미 같은 세계적 아티스트가 시흥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지역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다”며 “시흥아트센터 개관과 연계한다면 ‘수도권 서남부 문화 허브’로서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화경제학자인 이정훈 한양대 교수도 “이런 대규모 공연은 단순히 시민 정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파급 효과가 크다”며 “숙박·외식·교통 등 소비 증가로 최소 5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병택 시장은 공연 직후 “시흥아트센터와 함께 더 품격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시는 내년 상반기 시흥아트센터를 개관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대형 공연 유치 및 시민 문화 활동 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흥갯골축제, 정왕동 거리예술제 등 기존 지역축제와 아트센터를 연계해 ‘365일 문화가 흐르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전략도 구상 중이다. 시 관계자는 “조수미 공연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문화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화는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규정하는 요소다. 시흥은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산업·주거 도시’ 이미지가 강했으나, 이번 공연을 계기로 ‘문화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정책 전문가 이 교수는 “대형 공연 한 번으로는 문화도시가 되기 어렵다”며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지역 예술인 지원, 청소년 문화교육 등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대규모 공연에 따른 교통 혼잡, 안전관리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흥시가 이번 경험을 기반으로 더 정교한 문화 인프라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아울러 조수미의 노래가 울려 퍼진 시흥의 밤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시민들은 행복했고, 도시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임병택 시장이 말한 “품격 있는 도시”로의 도약은 이제 시작 단계다.
문화가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시흥은 그 답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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