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우리가 마주한 것은 낡은 건물이 아니라, 그곳을 누비던 독립운동가들의 뜨거운 숨결이었다.
중국 상하이 거리에서, 그리고 하얼빈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경기도 학생들이 배운 것은 시험문제가 아니었다. 교실도 아니었다. 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독립운동 유적지 한복판에서 아이들은 역사를 ‘외운 것’이 아니라 ‘만난 것’이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에 대한 소회를 전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의 현장이었다”고 밝혔다. 경기도 학생 60여 명과 함께한 이번 탐방은 단순한 해외 체험학습을 넘어, 역사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는 장면이었다.
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의 발표는 교과서적 언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머나먼 타지에서 공포와 슬픔에 짓눌렸을 독립운동가를 보며, 입체적이고 단단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시험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와 하얼빈 일대 독립운동 유적지를 직접 걸으며, 독립운동을 ‘과거 사건’이 아닌 ‘선택과 책임의 역사’로 받아들였다. 사진 속 건물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그 공간을 지켜낸 사람들의 결단이었다.
교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온 ‘암기식 역사교육’의 한계를 넘어서는 장면이기도 했다. 교과서에 실린 한 줄보다, 현장에서 체감한 한 걸음이 더 깊은 질문을 남겼다.
임 교육감은 당시 급한 국회 일정으로 하얼빈 도착 하루 만에 귀국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과 “다시 만나 평화와 자유의 가치를 되새기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임 교육감은 “오늘 그때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왔다”며 “끝나지 않은 여정을 학생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행정 책임자가 일정의 효율보다 ‘상징’을 택한 선택이었다. 교육 현장에서 상징은 종종 정책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다. 교육감이 ‘다시 입은 옷’은, 학생들과의 약속을 기억하는 방식이자, 역사 앞에서의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탐방은 단순한 해외연수가 아니다. 교육계에서는 이를 ‘체험형 역사교육’의 한 사례로 평가한다.
그동안 역사교육은 시험과 평가 중심 구조 속에서 사실 전달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독립운동사는 특히 맥락과 감정,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현장성과 서사가 중요하다. 상하이와 하얼빈은 그 자체가 교과서이자 질문지였다.
임 교육감이 강조한 키워드는 ‘평화와 자유’였다. 이는 과거의 독립운동을 오늘의 민주주의와 연결하는 언어다.
학생들은 중국 땅에서 독립운동가들의 고단한 선택을 마주하며, 국가와 개인, 자유와 책임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고민했다. 이는 단순한 애국 교육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교육에 가깝다.
이번 일정은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역사·인성교육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실 안에서 끝나는 수업이 아니라, 현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돌아와 토론하는 구조다.
학생들의 발표는 그 결과였다. 감상문이 아니라, 다짐이었고 성찰이었다. 누군가는 ‘입체적인 사람’을 말했고, 누군가는 ‘단단해지겠다’고 말했다. 이는 성적표로는 측정할 수 없는 교육의 성과다.
상하이와 하얼빈에서 학생들이 만난 것은 오래된 건물이 아니었다. 이름 없이 사라진 선택들이었고, 오늘을 가능하게 한 결단들이었다.
임태희 교육감의 말처럼, 그곳은 교실이 아니었고 시험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수업보다 오래 남을 ‘사람의 역사’였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남긴다. 그리고 그 사람은, 기억을 품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만든다. 중국 독립운동 유적지에서 시작된 이 여정이 끝나지 않은 이유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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