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용 반복되는 예산, 혁신 동력 되지 못해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공공기관을 둘러싼 ‘평가 시스템’이 도민 체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도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재용 의원은 제387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기획조정실을 상대로 공공기관 및 기관장 평가의 실효성과 관련 예산 운용의 구조적 한계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경기도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기관장 평가를 통해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 결과가 실제 구조 개선이나 조직 변화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평가는 ‘점수 매기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2024년도 실적 기준으로 라등급을 받은 기관이 4곳, 최하위인 마등급 기관도 1곳에 달한다”며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어떤 실질적 후속 조치가 있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질의의 핵심은 ‘평가의 성격’에 있었다. 기관 평가는 사업 성과와 정책 집행 결과가 중심이 돼야 하고, 기관장 평가는 리더십과 조직 관리 역량, 책임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두 평가 모두 비슷한 기준과 동일한 조치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그리고 “성격이 다른 평가에 동일한 조치만 적용된다면, 기관도 기관장도 개선 동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달라져도 대응은 같다면, 평가가 무슨 의미를 갖겠느냐”고 반문했다. 평가 결과가 인사, 조직 개편, 예산 조정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책임 행정’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평가의 또 다른 맹점으로는 ‘고객만족도 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외부 고객 만족도는 89.9%로 높게 나타난 반면, 내부 고객 만족도는 66.4%에 그쳤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서비스 이용자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지속 가능한 공공서비스의 품질은 내부 구성원의 안정성과 만족도에서 출발한다”며 “직원들이 불만족한 구조에서 도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길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내부 만족도는 기관 운영 전반과 기관장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는 핵심 지표임에도, 현재는 참고 자료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뒷받침해야 할 예산 운용 역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공공기관 역량 강화 기반 구축 사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약 13억 원이 편성됐지만, 매년 불용액과 이월액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집행률은 77~82% 수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2026년도 예산안에서는 불과 2천만 원만 감액 편성됐다. 박 의원은 “매년 불용이 반복된다면 이는 일시적 집행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설계의 문제”라며 “소폭 조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예산 삭감이나 성적 비판에 머물지 않았다. 핵심은 ‘평가와 예산의 역할 재정의’다. 그리고 “공공기관 평가와 예산은 통제나 관리 수단이 아니라, 조직과 현장을 변화시키는 정책 도구가 돼야 한다”며 “평가를 위한 평가, 집행을 위한 집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식적인 점수와 반복되는 불용 구조 속에서는 공공기관의 역량 강화도, 도민 체감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부 만족도, 기관장 책임성, 평가 결과에 따른 차등 조치 등 보다 입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자치단체로, 산하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역할 또한 방대하다. 그만큼 평가와 예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그 영향은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도의회 지적은 ‘평가의 공정성’보다 ‘평가의 효용성’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점수는 매겨졌지만 변화는 없고, 예산은 편성됐지만 집행은 남는 구조. 이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면, 공공기관 혁신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평가가 정책이 되고, 예산이 변화의 촉매가 될 수 있을지. 경기도 공공기관 운영 전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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