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발전특구가 만든 학교 밖 산업 연계 실험
[이코노미세계] 무대 위 가수의 조명과 음향이 관객의 환호와 정확히 맞물리는 순간, 공연의 완성도는 한 단계 도약한다. 이 정교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대 뒤 콘솔 앞에 선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 고등학생들이 서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기영상과학고 학생들이 무대 조명과 음향 콘솔을 직접 조작하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전했다. 앳된 얼굴이지만 손끝에서 구현되는 무대아트와 미디어아트의 완성도는 전문가 수준에 가깝다.
이 학교의 수업 현장은 일반적인 ‘실습’의 범주를 넘어선다. LED 패널, 지미집 카메라, 공연용 조명·음향 장비 등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이 교내에 갖춰졌고, 학생들은 공연 흐름에 맞춰 실시간으로 장비를 운용한다. 단순 체험이 아니라, 현장 투입을 전제로 한 훈련이다.
특히 올해 졸업 후 무대 시스템 분야에서 창업한 선배가 학교로 돌아와 학생들과 함께 작업하며 실전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교실 안에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학교로 유입되는 구조다. 한 교사는 “장비가 바뀌자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진로를 ‘상상’이 아니라 ‘계획’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경기도가 추진 중인 ‘교육발전특구’ 정책이 있다. 교육발전특구는 학교를 중심으로 지자체, 대학, 기업이 협력해 지역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모델이다. 시설과 장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날 고양에서 열린 교육발전특구 성과공유회는 이러한 정책 실험의 중간 점검 성격을 띠었다. 행사장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나타난 변화와 함께, 지역 산업과 연계한 교육 모델의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무대기술·미디어아트 분야는 공연·전시·방송·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확장성이 크다. 현장 경험을 갖춘 인재는 지역 문화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교육발전특구가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지역 경제 전략으로 읽히는 이유다.
과제도 분명하다. 특정 학교,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이 모델을 어떻게 확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장비 지원에 필요한 재원, 산업체 협력의 지속성, 교원의 전문성 확보 등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영상과학고의 사례는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학생들이 ‘왜 배우는지’를 스스로 이해할 때, 교육은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무대 뒤 콘솔 앞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이들의 모습은, 교육이 산업과 만날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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